휴전안 승인되면 연정 탈퇴도 불사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이자 극우당 '유대인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가 1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기자들에게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합의를 발표한 뒤 이스라엘 내각 극우파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극우당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합의안 승인시 당의 연립 정부 탈퇴를 발표했고 역시 극우당 지도자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도 영구 휴전이 이행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 휴전 합의안이 승인되고 실행되면 그가 대표로 있는 '유대인의 힘' 당은 연정을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당 국회의원 5명도 그와 나란히 서서 뜻을 함께했다.
벤그비르 장관은 가자 휴전 합의가 무모하고 무책임한 거래이며 "하마스에 대한 항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가자 휴전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합의안에 반대한다"며 "하마스가 완전히 패배할 때까지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휴전 뒤 전투가 재개된다면 다시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벤그비르 장관은 휴전 합의안 반대 의사를 표명한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을 언급하며 "휴전 협정을 막기 위한 최후의 시도에 동참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스모트리치 장관과 그가 이끄는 극우당인 시온주의당은 "정전합의안이 실시되는 첫 단계가 지나자마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것을 약속해야 연립 정부에 남겠다"고 발표했다. 1단계 6주 휴전 뒤 전투가 재개되지 않고 영구 휴전이 이행되면 연정을 탈퇴하겠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은 극우당의 반발이 일부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다수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은 가자 휴전 합의를 반겼으나 이들 중 일부는 단계별 인질 석방안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1단계에서 인질 33명만 석방되고 2단계에서 생존 인질 전원 석방, 3단계에서 인질 시신이 반환된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 가족 포럼은 성명을 내고 "이번 휴전안은 인질 수십명을 가자지구에 남겨둔다"며 "이는 이스라엘인이 추가로 납치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고 비판했다.
외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심각한 내부 압박에 직면했다고 짚었다. 네타냐후는 2022년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극우 정당들과 연립정부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대인의힘당과 시온주의당이 연정에서 탈퇴하면 같은 위기를 또 겪게 된다. 의회 120석 중 유대인의힘당은 6석, 시온주의당은 7석을 차지하고 있다. 두 정당이 나가면 연정 의석은 현 68석에서 55석으로 줄어 과반에 못 미치게 된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의회 과반을 유지하기 위해 전투를 재개할지, 연정 붕괴 위험을 무릅쓰고 조기 선거를 실시할지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쟁이 15개월을 넘겼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점을 고려하면 조기 총선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되면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와 군사적, 정책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될 것이기 때문에 네타냐후가 휴전 합의 2단계 진행을 무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극우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실은 17일 '가자 휴전 및 인질 교환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표결을 위해 안보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며 이날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휴전 합의안 최종 승인은 이르면 18일 늦게 열리는 전체내각 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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