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그는 아직 육군참모총장인데도 명패에는 전 육군참모총장으로 적혀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국조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앞에 놓인 명패에는 ‘前(전) 육군참모총장 박안수’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전 육군참모총장 박안수’가 아니라 ‘육군참모총장 박안수’가 정확한 표기다.
이날 출석한 증인을 정리한 국회 자료에는 전 수도방위사령관 이진우, 전 특수전사령관 곽종근으로 표기돼 있었다. 박안수·이진우·곽종근은 모두 전직이 아니라 현직이다. 17일 기준으로 이들은 보직해임 상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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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됐으니 당연히 보직에서 해임됐을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육군참모총장, 사령관 보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 상태다. 분리파견은 원소속 부대를 떠나 다른 부대로 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분리파견은 고 이예람 중사 사건 이후 성폭력 사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필요성으로 인해서 일시적 분리를 위한 파견 조처로 지난 2023년 8월 도입됐다.
지난 14일 국조특위에서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들은 보직해임조차 안 하고 증거인멸, 은폐, 엄폐, 말 맞추기를 다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지 않으냐. 내란 가담자들에 대해서 인사조치를 이런 식으로 해서 되겠느냐”고 물었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선 보직해임을 시키지 않은 것은 제가 지시해서 그렇다”며 “이 사안의 엄중함 때문에 이것을 처리함에 있어 일반적인 인사적 조치가 아니라 명확히 수사기관의 판단에 근거해서 조치를 해야 된다고 해서, 기소 이후에 조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내세워 이들이 구속된 지 20일 이상 지나 보직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와 달리 지난 2023년 8월2일 오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채 상병 순직사건 이첩보류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바로 그날 해병대 수사단장직에서 보직해임됐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국방부는 조사받던 지휘관들이 기소되면 직무정지를 위한 분리파견 조처를 하고 보직 해임 절차에 착수한다. 군인의 신분은 법에 의해서 보장되기 때문에 인사권자가 함부로 보직을 변경시킬 수 없고, 군인사법 시행령은 보직해임을 하려면 보직해임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위원회의 의결 없이 보직에서 해임하면 위법한 인사처분이라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20일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이진우 수방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등 4명에 대한 보직해임심의위를 개최한다. 여 방첩사령관과 문 정보사령관은 국방부에서, 이 수방사령관과 곽 특전사령관은 육군본부에서 심의를 한다. 이들에 대한 심의 결과는 20일 오후 나올 예정이다.
내란에 가담한 장군들에 대한 보직해임이 늦어지면서 이들은 지난달 평소와 같은 수준의 급여를 받았다. 공무원 보수 규정상 직위가 해제된 사람들만 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보직해임 심의 대상자 가운데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처리방안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관련 법령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보직해임심의회 구성·개최 일정조차 못잡고 있다.
보직해임심의위는 심의 대상자보다 상급자인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꾸려야 한다. 군 관계자는 “장군 중에서 박 총장의 상급자는 김명수 합동참모의장뿐이라 박 총장의 경우 심의위 자체를 구성하기가 어렵다. 인사 실무자가 보직해임심의위 규정을 만들 때는 참모총장 보직해임 상황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군 서열은 국방장관(1위)-합참의장(2위)-육·해·공군 참모총장(3·4·5위)-대장(6·7·8위,지상작전사령관·제2작전사령관·한미연합사 부사령관)-국방부차관(9위)순이다.
현역 군인 중 육군참모총장의 상급자는 합참의장뿐이고 서열이 높은 국방장관은 공석이다. 김선호 차관이 국방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데, 김 차관이 서열이 9위라 육군참모총장(3위)보다 한참 낮다. 서열 9위가 서열 3위의 보직해임을 심의하는 게 서열을 중시하는 군 내부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박안수 총장의 경우 보직해임의 첫 단추인 심의위 구성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 14일 서울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김선호 국방장관 직무대행, 김명수 합참 의장,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 등 군 장성들이 비상계엄과 관련한 수사를 받아본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일제히 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고심하던 국방부는 박안수 총장을 보직해임이 아닌 기소휴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군인사법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되면 임용권자가 직권으로 해당 군인의 휴직을 명령할 수 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군인이 계속 공무를 맡아 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기소휴직은 보직을 유지한 채 휴직하는 것이라, 박 총장은 기소휴직이 되더라도 육군참모총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기소휴직 상태에서는 정식으로 후임자가 임명되거나 임기가 끝나면 보직을 내려놓는다. 현실적으로 윤석열 정부가 후임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하긴 어렵기 때문에 박안수 총장은 다음 정권이 들어서 군 장성 인사를 할 때까지 참모총장 자리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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