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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장관 지명자 “제재, 북핵 못 막았다… 광범위한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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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트럼프 시대]
조선일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가 15일 상원 인사 청문회에 참석해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국무부 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연방 상원 의원이 15일 상원 외교위 인사청문회에서 북핵 문제, 미중 무역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날 루비오는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를 권력 유지 보험으로 활용하는 독재자” “중국은 도둑질로 성장한 미국의 적”이라고 비판했다.

루비오는 “어떤 제재도 김정은이 (핵)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가 그것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미가 견지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환상이라는 민주당 의원 질문엔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루비오는 김정은에 대해 “남은 생애 권력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40대 독재자”라며 “핵무기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각자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도록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반도, 일본, 미국을 아우르는 우발적 전쟁 위험을 줄일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일각 의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루비오 “중국은 도둑질로 성장한 미국의 적”

루비오는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와 경쟁했으나, 패배한 직후 트럼프 충성파로 돌아선 인물이다. 쿠바에서 이민 온 부모를 둔 루비오는 소수 인종 출신이라는 점에서 한때 ‘공화당판 오바마’ 소리를 들으며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대중 강경파이자,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충실히 따르는 인물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성사된 미북 회담에 대해서는 “처음엔 나도 (회담에) 매우 회의적이었다”며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다가갔지만, 김정은은 두 번이나 협상을 포기했고 지속 가능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당시 대북 관여를 통해 미사일 실험을 중단시켰다”면서 “적어도 상황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김정은과 맺은 친분을 언급하며 향후 미북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톱다운’ 방식의 정상 간 대화가 이뤄질 경우 한국 의견은 배제된 채로 핵 군축이나 동결 같은 ‘스몰 딜(부분 합의)’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

의회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는 이날도 중국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루비오는 “그들은 억압, 거짓말, 속임수, 해킹, 도둑질을 통해 미국의 희생 속에서 글로벌 초강국 지위에 올랐다”며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1세기는 미중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정의될 것”이라며 “우리가 (역사)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안보·건강 등 많은 것을 중국의 허용 여부에 의존하는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 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에 개입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은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우리는 이번 10년(2020~2029년)이 끝나기 전에 이 문제에 대응할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루비오는 바이든 정부가 주도한 미국·영국·호주 간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오커스가 “동맹국과 맺은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한 예”라며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2021년 9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오커스는 핵 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호주에 제공하고, 양자·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군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다.

외교가에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소(小)다자 협의체를 앞세워 동맹 외교를 강화한 바이든 정부 기조가 트럼프 정부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 의원도 전날 “(바이든 정부) 공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부분은 한국·미국·일본, 미국·일본·필리핀 간의 3자 대화”라며 “나는 이 모든 것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루비오는 트럼프가 조기 종전(終戰)을 약속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이 전쟁은 끝나야 한다”며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도, 미국도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완전히 수복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 말하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담한(bold) 외교가 필요하다” “그것이 휴전으로 시작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대(對)러시아 제재와 관련해서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끌어내려면 이 역시 대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쿠바 이민자의 아들인 루비오는 전날 바이든 정부가 쿠바를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 번복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쿠바는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바이든 정부가 합의한 어떤 것도 차기 정부에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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