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정진석 비서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2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이 체포영장 집행을 코 앞에 두고 여론전에 나섰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4일 새벽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윤 대통령의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제3의 장소 조사나 방문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며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르면 15일 체포영장을 집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방위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6시 11분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해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며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과잉 대응을 비판했다.
이어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윤석열에게만 적용되지 않아야 할 무슨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의 자기 방어권 보장을 거듭 강조했다.
정 실장이 새벽 시간에 급하게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시간에 쫓기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찰과 공수처는 체포영장 2차 집행을 위해 최대 1000명 안팎의 경력 투입을 준비 중이다. 체포 과정에서 경호처 요원들을 순차적으로 체포하는 인해전술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동 대상에는 연쇄살인범·조직폭력배를 잡는 형사기동대와 간첩 혐의 피의자를 쫓는 안보수사대, 마약수사대까지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물리적 충돌이나 유혈 사태 가능성을 고려해 '속도전'보다는 2박 3일에 걸친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대통령실의 대국민 호소문 발표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여권 지지율이 비상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자, 여론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며 지지층에 호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실장은 또한 호소문 말미에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관의 신병확보를 일단 저지하고, 향후 구속영장 청구로 이어질 영장심사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적어도 뒤늦게나마 조사에는 응하려고 했다는 구속을 방어할 명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이번 발표는 윤 대통령이나 변호인단과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조사 방식을 다양하게 모색하자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 측은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응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호인단도 대통령실과 별도로 전방위 여론전에 나섰다. 윤갑근 변호사는 전날 하루에만 5차례 입장문을 발표했고, 석동현 변호사가 직접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히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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