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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증액” 트럼프 압박에 폴란드 “환영”, 독일 등은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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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5개국 국방장관 모여서 대책 논의
트럼프 2기 출범 후 나토 균열 커질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을 국방비로 쓸 것을 요구한 가운데 유럽의 주요 나토 회원국들 입에서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오는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 간에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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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 속한 유럽 5개국 국방부 장관들이 1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루크 폴라드 영국 국방부 부장관,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식을 꼭 1주일 앞둔 이날 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폴란드 5개국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여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유럽에서도 국방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들이다.

회의의 주된 안건은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였으나,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요구 대응 방안도 논의가 이뤄졌다. 사실 트럼프가 제시한 ‘GDP 5% 기준’은 미국도 달성하지 못한 수준이다. 나토 32개 회원국 중 이에 가장 근접한 나라로 폴란드가 있다. 올해 폴란드의 국방 예산은 GDP 대비 약 4.7%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최근 영국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지지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목표치가 유럽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폴란드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폴란드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GDP의 5%를 방위비로 쓰는 것은 전체 국가 예산의 무려 40% 이상을 국방에 지출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물론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비율 수치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나토 국가들이 서로 합의해 실행이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방위 예산을 늘리는 것은 다른 때와 비교해 훨씬 더 복잡하다”는 말로 완곡하게 불가론을 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국방비’의 개념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 공격, 테러 등 비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방위 예산의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비를 군인 양성과 무기 생산·구매에 쓰는 돈으로만 한정해 버리면 5% 달성은 힘들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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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은 대선 이전인 2024년 10월 디트로이트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첫 임기(2017년 1월∼2021년 1월) 내내 나토 회원국들에게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늘릴 것을 촉구하며 유럽 동맹국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 트럼프는 2%를 ‘사기’라고 폄훼하며 “최소 3% 이상은 써야 한다”고 목표치를 상향했다. 그러더니 당선 후에는 다시 5%로 올린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나토 내부의 균열이 커질 것을 우려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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