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20세기 한국 미술’ 특강을 연 조앤 기 뉴욕대 IFA 원장. [사진 THE MET] |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입구에서는 5월 말까지 이불(61)의 조각 네 점을 볼 수 있다. 런던 테이트 모던은 5월 1일부터 서도호(63)의 대규모 개인전을 연다.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는 양혜규(54)의 20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윤년’을 지난 5일 마쳤다.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동시대 한국 미술가의 대규모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요즘이다. 그러나 조앤 기(50·기정현) 뉴욕대 미술사대학원(IFA·Institute of Fine Arts) 원장은 “미술관들이 ‘한국 작가 전시 한 번 했으니 당분간 안 해도 되겠다’고 여기지 않도록,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앤 기는 뉴욕대 IFA의 첫 유색인종 원장으로 지난해 8월 임명됐다. 당시 뉴욕대 총장 린다 밀스는 “뉴욕대 전체를 미술사로 잇고 협업을 지원하는 능력에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그는 중앙일보와 8일 만나 “예전 같으면 한국 미술이 전시에 한두 점이라도 나오면 고맙게 여겼겠지만 이젠 한국 미술이 변두리가 아니고 주류라고, 욕심 부릴 때가 왔다”고 말했다.
조앤 기 |
한국에서 중학교까지 다닌 기 원장은 예일대 미술사학과를 우등 졸업한 뒤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IFA에서 ‘한국의 단색화 연구’(2008)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시간대 교수로 일했다. 단색화에 대한 첫 영문 저서를 낸 2013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 미술, 하이 컬처(high culture)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으로 관심을 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년 후, 단색화는 세계 미술의 흐름과 조응한 한국의 현대 미술 사조로 주목받았다. 그는 “출판사 9곳으로부터 거절당했던 단색화 책이 이제 베스트셀러”라고 말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바로 건너편에 있는 IFA는 ‘미술관장 사관학교’로, 연간 예산이 2000만 달러(약 295억원)에 달하는 미술사·고고학·보존과학 대학원이다. 93년 역사의 이곳에 오는 가을 처음으로 한국미술 강좌가 생긴다. ‘대한제국과 일상생활의 실천’이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준비 중인 대한제국 전시 ‘허약한 제국들: 한국과 프랑스, 1860~1910’을 계기로 이곳의 한국미술 담당 현수아 큐레이터와 유럽장식미술의 문혜연 큐레이터가 여는 공동 강좌다. 내년 봄에는 미켈레 마테이니 교수가 근대 한국의 수묵화를 강의한다. 한 두 강좌 개설이 끝이 아니다. 기 원장은 “궁극적으로 한국 미술사에서 세계 최고의 프로그램 마련을 위해 초빙교수와 박사 후 연구원, 두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트렌드에 민감한 미술계에서 한국미술 한류를 지속하려면 10~20년 뒤를 보고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미술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 마련은 미국 대학에서 처음이다. 그는 “문화혁명의 억압을 지나온 중국, 규모가 작은 대만, 연구가 폐쇄적인 일본에 비해 한국의 유연함이 경쟁력 있다”며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미술 수업 없는 학교가 없듯 30~40년 뒤에는 한국 미술도 상설 과목이면 좋겠다”는 야심도 밝혔다. 기 원장은 또 “한국 미술은 새로운 이야기의 보고”라며 “이불·서도호·양혜규 다음 세대 현대미술가들을 뒷받침하는 연구, 서울 외 지방 작가들부터 변월룡처럼 러시아의 한국 화가, 공예·디자인·춤·퍼포먼스로까지 확장하자”고 강조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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