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 극복 노력 불구, 회복 조짐 '아직'
적극적 부양책 없으면 하락세 3년 이어질지도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외곽에 건설 공사가 중단된 이른바 '유령 아파트'들이 방치돼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자금난 탓이다. 선양=AFP 연합뉴스 |
중국 경제 하강의 핵심 원인인 '부동산 위기'가 올해로 5년째를 맞은 가운데,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여전히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철폐 등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돈이 돌지 않자, 미분양됐거나 미완공된 '유령 아파트'로 빚을 갚는 업체까지 등장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가스제공 회사인 신장동부가스는 지난해 8월 신장자치구 창지시의 부동산 개발업체 A사로부터 미완성 아파트 260채를 인수했다. A사는 2022년부터 신장동부가스에서 가스를 공급받았으나, 자금난으로 비용을 내지 못했다. 아파트 분양금으로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치르는 게 관례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가 미분양되자, '유령 아파트 돌려막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부동산 경기 지속 하락... '유령 아파트' 돌려막기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베이징 외곽 건설 공사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 비구이위안 주택 구매자 권리 보호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놓여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
유사 사례는 적지 않다. 광둥성의 타일 제조기업 모나리자그룹도 지난해 부동산 개발업체 B사로부터 현금 대신 유령 아파트로 대금을 받았다. 상하이의 주택 디자인 회사 어반아키텍처디자인도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그린랜드홀딩스로부터 디자인 비용 대신 미분양 아파트 115채를 인수했다.
유령 아파트는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2021년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사였던 헝다(에버그란데)의 디폴트를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연쇄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짓기만 하면 떼돈을 벌게 해 줬던 아파트가 '공급 과잉'으로 줄줄이 미분양됐고, 돈줄이 막힌 개발사들은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완공을 포기해야 했다. 이렇게 방치된 유령 주택은 중국 전역에 9,000만 채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중국 정부도 손놓고 있진 않다. 재고 주택의 국유화를 위한 3000억 위안(약 60조 원)의 지원,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철폐 등 지난해 부동산 경기 안정화 대책을 잇따라 시행했다. 일부 건설업체는 작년부터 선전 등 대도시에서 중형 아파트 한 채를 사면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무료 제공하는 '아파트 1+1(원 플러스 원)' 상품까지 내놓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적극 부양책 있으면 올해 말 안정화"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지은 베이징의 아파트 단지 옆으로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윈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주요 도시 100곳의 평균 월세는 100㎡당 2,636위안(약 52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1월 이래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찍었다. 작년 1~11월 신축 주택의 판매 면적도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들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위축된 소비 심리가 부동산 신규 매입을 망설이게 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없다면 부동산 경기 하락은 3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 최근 중국이 시장을 자극할 추가 정책을 내놓을 징후가 보이는 만큼 연말까지 부동산 경기가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도 내다봤다. 중국은 지난해 부동산·내수 경기 부양을 목표로 1조 위안의 특별 국채를 발행했다. 올해에는 작년의 3배인 약 3조 위안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