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뉴스
서울
맑음 / -3.9 °
연합뉴스 언론사 이미지

[이런말저런글] 반나절이면 될 일을…

연합뉴스 고형규
원문보기
[반나절이면 될 일인데, 왜들 저러고 있는지……]

위 예문에 쓰인 '반나절'은 몇 시간을 뜻할까요?

주요 시험에 이 문제를 객관식으로 냈다가는 난리가 날 수 있습니다. 딱 부러진 시간으로 환산하기에 반나절은 적절하지 않은 낱말이기 때문입니다. 답이 둘 이상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시간을 의미하는 일부 어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겠습니다. 하루의 밤 동안을 하룻밤이라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하루 낮은 하룻낮이라고 하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그 전제를 깔고 [한나절]로 넘어갑니다. 한나절은 하룻낮의 절반이 제1번 뜻입니다. [하루/낮/절반 = 한나절]. 이렇게 기억하면 쉽습니다. 제2번 뜻이 그러나 하룻낮과 같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전은 야속하게도(?) 하룻낮의 절반일 수도, 또 하룻낮일 수도 있다고 모순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

2020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시험지[촬영 이재영] (연합뉴스 DB)

2020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시험지
[촬영 이재영] (연합뉴스 DB)



하룻낮의 절반인 한나절을 기준으로 [반나절]은 그 한나절의 절반을 의미합니다. 반나절을 시간으로 셈하기가 모호한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계절 따라 해 떠 있는 시간이 다른 데다 한나절은 뜻이 둘이기까지 한 탓입니다.


나절은 '어느 무렵이나 동안'을 뜻하는 의존명사로도 쓰입니다. 아침 나절, 저녁 나절 하는 식입니다. [바깥채 마당의 차양 친 평상 위에는 점심 먹을 나절이라 장사꾼과 장꾼들로 붐볐다. ≪김원일, 불의 제전≫]도 대표적 용례입니다.

나절의 말뜻은 더 확장되었습니다. [일을 하기에 제법 긴 시간이나 일정한 한도 안에서 매우 오랫동안]을 뜻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세나절, 열나절 하는 겁니다. 두 단어는 사전에 표제어로도 올라가 있습니다. '벌써 세나절은 지났어.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런 문장이 가능하겠습니다. [열나절이나 스무나절이나 제 한이 차야 부스스 내려와서 몇 술을 뜨고 또 올라간대. <<현진건, 무영탑>>] 역시 사전이 소개한 좋은 예문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박영수, 『우리말의 발견』, 사람in, 2023

2. 이상권, 『무지 어려운 우리말겨루기 365 言편』, 북마크, 2017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info icon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AI 이슈 트렌드

실시간
  1. 1눈옷 입은 인제 자작나무숲
    눈옷 입은 인제 자작나무숲
  2. 2안세영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
    안세영 말레이시아 오픈 우승
  3. 3FC안양 임완섭 권우경
    FC안양 임완섭 권우경
  4. 4박나래 갑질 의혹
    박나래 갑질 의혹
  5. 5이준석 연석회담 수용
    이준석 연석회담 수용

연합뉴스 하이라이트

파워링크

광고
링크등록

당신만의 뉴스 Pick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