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민당 대표 프리드리히 메르츠. AFP=연합뉴스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6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불신임됨에 따라 차기 총선이 내년 2월로 앞당겨졌다. 현지 매체들은 차기 총리로 기독교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이날 연방의회는 숄츠 총리가 발의한 신임안에 대해 찬성 207표, 반대 394표, 기권 116표로 부결했다. 의회의 불신임에 따라 독일 대통령은 3주 안에 의회 해산여부를 결정하고, 해산 후 60일 안에 총선을 치러야한다. 앞서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과 거대 야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은 이미 내년 2월23일을 총선일로 합의한 상황이다.
숄츠 총리가 속한 중도좌파 사민당(빨강)은 2021년 12월 좌파 녹색당(초록),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노랑)과 함께 연정을 구성했다. 세 정당의 상징색 때문에 독일 내에선 ‘신호등 연정(Ampelkoalition)’으로 이름 붙였다.
올해 들어 중국산 전기차에 독일 자동차 산업이 밀리는 상황에서 숄츠 총리는 확장 재정으로 경제 위기를 돌파하려했으나, 자민당 소속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이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경제정책을 두고 충돌했다. 숄츠 총리는 린트너 재무장관의 해임을 선언하며 신호등 연정은 붕괴시키고, 내년 9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당기는 승부수를 걸었다.
그러나 숄츠 총리의 바람과 달리 대부분의 독일 언론은 숄츠 총리 보다는 기민당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가 차기 총리로 유력하다고 전망 중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기민당과 그 연합정당인 바이에른기독교사회당의 지지율이 32%로, 독일대안당(AfD, 19%), 사민당(SPD, 17%), 녹색당(13%)보다 우위에 있다.
메르츠 대표는 기민당의 유력 정치인이었으나 같은당의 메르켈 전 총리와 권력투쟁에 패배하고 정계를 떠났다가 2018년 복귀했다. 이후 당내 입지를 다시 다지기 시작해 2022년 대표에 취임했다.
메르츠의 정치성향은 사회적 보수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우파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독일 언론들은 사민당의 숄츠 총리가 주도한 정책을 상당 부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시민수당(Bürgergeld)이 실질적으로는 기본소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시민수당 폐지를 공언하고, 원자력 발전 확대에 대해서도 “바람과 태양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며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AP=연합뉴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로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사회복지 관광을 하러왔다”거나 “이민자들이 값비싼 치과 진료를 받지만 정작 독일인들은 이를 받을 수 있다”고 비난하는 등 난민 문제에 비판적이다. 친기업적이고 직설적인 말투 때문에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선 더 많은 지원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어서 메르츠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군비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정계 은퇴후 기업에서 근무한 전력이 있고, 자가용 비행기를 2대나 갖고 있는 등 서민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독일이 조기 총선 국면으로 들어가는 등 유럽 주요국가에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는 추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한 총리가 의회에 불신임 당했고, 야권으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고있다. 지난 7월 취임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고령층 난방 지원비 삭감 등의 정책을 밀어붙였다가 5개월 만에 지지율이 30%로 폭락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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