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국방·법무·행안부·감사원 등
5곳 기관장이 공석·직무정지
‘불똥 튈라’ 후임도 자리 고사
계엄수사에 경찰 대규모 투입
대공업무 등 치안공백 우려도
“한덕수 거취는 나중에 고민”
민주, 총리 운명도 ‘쥐락펴락’
“야당이 국정 망쳐” 지적도
국방·법무·행안부·감사원 등
5곳 기관장이 공석·직무정지
‘불똥 튈라’ 후임도 자리 고사
계엄수사에 경찰 대규모 투입
대공업무 등 치안공백 우려도
“한덕수 거취는 나중에 고민”
민주, 총리 운명도 ‘쥐락펴락’
“야당이 국정 망쳐”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의 두번째 표결을 하루앞둔 13일 국회 본회의장으로 의원들이 입장하고있다. [김호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가 가시권에 접어든 가운데 탄핵이 되든 안되는 국정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대로 탄핵소추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되면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되지만 내각이 사실상 초토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치안을 맡고 있는 수장들이 탄핵되거나 자진사퇴해 관련 자리가 공석인데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관들도 향후 12·3 비상계엄 관련 경찰 수사로 줄소환될 예정이라 국정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13일 본지가 장관급 이상 고위급 정부 인사 현황을 종합한 결과 국방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5곳 기관장 자리가 공석이거나 직무정지 상태다. 여기에 더해 경찰청장도 직무정지 상태다. 이들 부처와 기관은 국가안보·치안·범죄수사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국가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비상계엄 핵심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10일 구속수감됐고, 지난 8일 사퇴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박성재 법무부장관과 조지호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사상 첫 법무부장관 탄핵소추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도 지난 5일 탄핵됐는데, 국가 최고감사기구인 감사원의 현직 수장 탄핵 역시 사상 처음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표적 감사와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관련 부실 감사 등이 탄핵 사유였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월 일찌감치 탄핵됐는데, 헌법재판소 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여성가족부장관 자리는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 사퇴 이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범위를 검찰과 군 지휘부로 확대하면 상황은 보다 심각하다. 국회는 지난 5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불기소한 것을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중앙지검 핵심 수사라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또 비상계엄 여파로 군 수뇌부 16명이 직을 잃거나 수사 대상인 상태다.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사령관들이 줄줄이 직무정지 되고 소속 주요 간부소속들도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군 핵심부대 지휘부가 사실상 공백상태다.
13만여명의 경찰을 총괄하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서울 치안 책임자인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1일 내란 혐의 등으로 동시에 긴급 체포되면서 경찰 내부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내란 혐의 피의자로 직무에서 배제된 목현태 국회경비대장을 비롯해 집회 관리를 책임지는 서울·경기남부청 경비 라인과 일선 경찰서장까지도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영 경기남부청장은 이미 비상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경찰을 투입한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만약 김준영 청장이 피의자로 전환될 경우 수도권 치안 책임자가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된다.
이런 가운데 공석인 장관직을 회피하는 기류가 뚜렷해 장관 부재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장관 후임으로 3성 장군 출신 4선 중진 한기호 의원을 지명하려 했지만, 한 의원은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재가 가동되지만 정상적인 국정운영은 난망한 상황이다. 우선 한 총리가 계엄 수사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대상에 올라 있어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한 총리가 계엄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발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며 탄핵소추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한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총리까지 (탄핵) 했을 때는 국민이 우려한다”며 “일단 윤석열 탄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의원총회 직후 “한 총리 탄핵은 이번 주에는 물리적으로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한 총리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장·차관 인사나 부작용이 큰 각종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쓰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고건·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도 장·차관을 임명하거나,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었다. 이에 따라 정부 주요 보직의 대행 체재가 장기화하고,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온 양곡법, 농업재해보호법 등 6개 법안도 시행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대한민국 정부 수장들의 대거 공백사태 후폭풍은 이미 국정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한국 경제·안보의 핵심인 미국과의 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4~5일로 예정됐던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연기됐으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방한 일정을 보류했다. NCG는 북핵 억제를 위해 한국 재래식 전력과 미국 핵전력을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13일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일 3국 여성 경제역량 강화 콘퍼런스’도 미뤄졌다.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계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현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은 크게 높아진 상태다. 후임 주중대사로 내정돼 정식 부임을 앞뒀던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부임이 무산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4강 외교가 휘청이는 모습이다.
야당이 정치공세와 별도로 국정공백에 대한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21세기 우리나라는 과거 계엄 사태 때와는 달리 경제·외교·안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조”라며 “야당이 국내적 시각에만 의존한 탄핵공세 보단 여러 측면을 감안해 어느 정도 국정이 굴러갈 수 있도록 협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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