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민의힘 김재섭(서울 도봉갑)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는 그를 “내란 공범”이라고 비판하는 근조화환이 배달됐고, 계란과 밀가루 등이 날아들었다. 전날에는 김 의원의 자택 앞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손팻말과 함께 커터칼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날이 밝은 뒤 경찰에 이를 알리고 경계 강화를 요청했다.
9일 오후 광주 서구 국민의힘 광주시당 앞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
다른 국민의힘 의원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쯤 신동욱 의원(서울 서초을) 지역구 사무실에는 대학생 전모씨가 대자보를 붙여 “지난 7일 국회에서 보인 모습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서울대 21학번이라고 소개한 전씨는 지역구 의원이자 대학 선배인 신 의원에게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의 지역 사무실에도 “마포를 떠나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이 놓이고 계란이 투척됐다. 마포경찰서는 오전 9시쯤 사무실 앞에 근조화환과 부서진 날계란이 있다는 관계자의 신고를 받아 출동했다. 조 의원 측은 해당 행위와 관련해 고소 등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권영세(용산) 의원 등의 지역 사무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 사진도 공유되고 있다.
탄핵 정국을 둘러싼 민심이 악화하면서 국민의힘은 의원 ‘입단속’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서범수 사무총장 명의의 공문을 내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언행, 과도한 음주 등 품위 손상 행위, 불필요한 공개 활동이나 사적 모임, SNS 글 게시, 당협위원장과 선출직 공직자 등의 해외 출장 등을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며 국민의힘 규탄 현수막을 찢고 있다. 뉴시스 |
앞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전날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가결에 반대해도 지역구 유권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지해 준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의원이 국민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조치를 취한 것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김 의원은 최근 “형, 나 지역에서 엄청나게 욕먹는데 어떻게 해야 돼”라고 물었다. 이에 윤 의원은 “재섭아, 나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앞장서서 반대해서 그때 욕 많이 먹었다”라며 “그런데 1년 뒤에는 다 ‘윤상현 의리 있어’, ‘좋다’ (하면서) 그다음에 무소속 가도 다 찍어주더라”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내 이름이 언급되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 나간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원총회에서 윤 의원에게 악화한 민심을 전하고 당의 대응을 촉구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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