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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로 보면 우리나라 가계는 작년 들어 버는 돈은 크게 늘었고, 빚은 줄어 살림살이가 좋아졌다는 의미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39세 이하 청년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물가 상승분에도 미치지 못했고, 부채가 줄어든 것도 ‘빚이 없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구당 부채’의 모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9일 발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평균소득은 7185만원으로 전년(6762만원)보다 6.3% 늘어났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소득 부문별로 보면 가장 비중이 큰 근로소득은 4637만원으로 5.6% 늘었다. 사업소득은 전년보다 5.5% 늘어난 1272만원이었다. 재산소득은 559만원으로 28.1% 치솟았다. 재산소득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4%에서 7.8%로 상승했다.
재산소득 비중의 증가는 상대적으로 가진 게 없는 청년층에는 딴나라 얘기였다. 이는 연령별 소득 증가율로 드러났다. 60세 이상(10.0%)이 가장 높았고 40대(8.2%), 50대(5.8%) 등이 뒤를 이었다. 39세 이하는 1.1% 늘어나는 데 그쳐 2015년(1.0%) 이후 8년 만에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3.6%)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전체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증가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28만원으로, 전년 대비 0.6% 줄었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가구당 평균 자산은 1295만원(2.5%) 증가한 5억4022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4894만원으로 3.1% 늘었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감소한 것은 금융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1인 가구나 고령 가구가 늘어난 구조적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금융부채 보유 가구로만 가구당 평균 부채를 계산하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소득분배 상황은 전반적으로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근로연령층의 지니 계수는 0.302로 전년보다 0.001포인트 하락했다. 은퇴연령층의 지니 계수도 0.003포인트 하락한 0.380을 기록했다. 지니 계수는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이면 완전 평등, 1이면 완전 불평등을 각각 뜻한다.
박은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이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근로연령층의 5분위 배율은 4.93배로 0.05배포인트 낮아졌다. 은퇴연령층은 7.11배로 전년과 동일했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의 평균값을 하위 20%의 소득의 평균값으로 나눈 소득분배 지표로, 배수가 작을수록 평등하다는 얘기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 남성의 상대적 빈곤율은 13.1%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여성은 16.7%로 동일했다. 다만 은퇴연령층(66세 이상) 남성의 상대적 빈곤율은 33.3%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상승했다. 은퇴연령층 여성은 44.8%로 0.2%포인트 하락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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