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사진=뉴시스 |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일부 보수 진영의 주장이 오히려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한 MBC 뉴스데스크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문제없음' 의결했다. 해당 작품에 사용된 표현이 정부의 공식 보고서와 대법원 판결문을 참고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방심위는 9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10월14일 MBC 뉴스데스크 방송분 중 '한강 작가 소설이 역사왜곡?'이라는 코너 민원에 대한 심속심의를 했다. 이날 심의에 앞서 보도 당사자인 MBC 관계자의 의견진술이 있었다.
당시 방송에서 MBC는 제주 4·3 사건을 다루는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역사왜곡을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정한 4·3 희생자는 1만4000여명. 이 가운데 군인과 경찰 토벌대에게 희생당한 경우가 84.3%였고, 무장대로 인한 피해는 12.3%였습니다"라고 보도했다.
방심위에 따르면 민원인들은 제주 4·3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의 무력 충돌로 빚어진 사건인데, 토벌대는 '군인과 경찰 토벌대'라고 구체적으로 소개했으면서 공산주의 세력인 남로당 무장대는 '무장대'라고만 언급해 군인과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지적했다.
MBC 측은 이날 의견진술에서 "정부의 공식 보고서와 대법원 판결문을 참고해 작성했기 때문에 어떠한 편견이나 가치판단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과 강경필 방심위 위원은 해당 보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강 위원은 "남로당이라는 말을 왜 붙이지 않았는지 의문은 있지만, 진상 보고서나 판결에도 무장대라는 용어가 일반적으로 쓰여 해당없음 결론을 내도 된다고 본다"고 했다. 류 위원장도 "무장대는 대법 진상보고서에도 있다"고 했다.
다만 김정수 위원은 "제주 4·3 사건이 남로당으로 촉발된 것은 사실인데, 이를 안 밝혀 전혀 관련 없는 주민들을 그냥 진압한 것처럼만 비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향후 실체적 진실을 보도해달라는 측면에서 행정지도를 권고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남겼다.
한편,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 및 관계자 징계', '과징금' 등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다. 통상 의견진술을 거친 뒤에는 법정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날 안건은 문제없음 결론이 났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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