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은 9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 됐던 행사에서 국내외 취재진과 인플루언서 앞에 서 글로벌 흥행작의 귀환을 알렸다.
취재진과의 질답에서 황 감독이 이번 시국과 관련한 생각을 밝힐지 관심이 쏠렸다. '오징어 게임'이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작품인데다, 황 감독이 인터뷰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이같은 주제를 종종 언급해왔기 때문. 게다가 그는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과 함께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역대 K콘텐트 최고 흥행작의 운명이 그에게 달렸다. 작품 외적인 이슈로 이목이 집중되면, 오랫동안 준비해온 시즌2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황 감독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이런 시국에 새로운 작품을 공개하게 됐다'는 취재진의 말에 황동혁 감독은 작심한 듯 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분노를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런 시국에 '오징어 게임'을 공개하게 됐는데,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여기 있는 어느 누구든 안 그렇겠나”라며 “비상계엄을 믿을 수가 없었고, 잠을 안 자고 상황을 새벽까지 지켜봤다. 그제 벌어진 탄핵 투표도 생중계로 지켜봤다. 말도 안 되는 일로 온국민이 거리로 나가야 하고 불안과 공포와 우울감을 가지고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 한 국민으로서 화가 나고 분노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탄핵이 됐든 자진 하야가 됐든 책임질 분이 책임을 져서, 행복하고 축복이 되는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줬으면 한다. 조속히 이 사태가 해결되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담은 메시지와 현실 세계를 연결해 시청해 달라는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 시국'이기에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더욱 유의미한 여운을 남길 거란 자신도 엿보였다.
황 감독은 “이 시국에 '오징어 게임'이 공개되는 것도 운명이겠다. 보시고 나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과 격변을 연결시켜 보실 수 있을 거다. 이 작품이 국민 여러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든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작품에) 투표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투표와 현실 세계를 연결시키면 재미있는 지점이 있을 거다”라면서 “전 세계가 점점 갈라지고 분열되고, 서로 선을 긋고 적대시하고, 갈등이 많이 심화되고 있다. 서로를 적대시하는 인간을 모습을 보면서 현실세계와 '오징어 게임'이 닮아있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우리 주변과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박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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