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 아이콘’으로 불린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이달 서울 등 13개 도시에서 독주회를 여는 순회공연을 펼친다. 크레디아 제공 |
활을 크게 휘젓는 손동작에 거침이 없다. 성큼성큼 무대를 오가는 모습도 여전하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 무대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44·장영주)이 에너지를 뿜어내며 브람스 소나타를 연주했다. 5년 만의 국내 리사이틀을 앞두고 연 간담회 자리였다. 10일 성남 공연을 시작으로 울산, 고양, 익산, 청주, 인천, 대구, 경주, 평택, 부산, 광주, 강릉을 거쳐, 오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마무리 짓는 13개 도시 순회공연이다.
신동과 천재가 명멸하는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사라 장은 ‘신동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그만큼 기록도 화려하다. 1990년 세계 무대에 데뷔했는데, 그때가 9살이었다. 그것도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가 지휘봉을 잡은 뉴욕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였다. 이듬해엔 이엠아이(EMI) 레이블과 계약하며 세계 최연소 리코딩 기록을 세웠다. 1994년엔 13살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공연했다. 당시 베를린 필하모닉과 음반을 녹음하는 과정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특집 기사로 다루며 세계적인 화제에 올랐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연주하는 모습. 크레디아 제공 |
“작곡가를 딱 한명만 고르라면 저는 브람스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작곡가죠.” 이번 순회공연에서 연주할 곡도 브람스 소나타 2곡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다. 브람스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로맨틱한 작곡가이기 때문”이라며 “바흐나 모차르트도 낭만적이지만 브람스처럼 마음을 쏟아낼 수 있도록 자유를 주는 작곡가는 많지 않다”고 답했다.
이전보다 공연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다. 그는 “요새는 그냥 바쁘게 다니는 것보다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크고 유명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고 나도 마음속으로 완벽했다고 느낄 때가 많지 않아요. 제일 중요한 건 청중과 함께 숨쉬고 에너지를 느끼는 거죠. 가끔 마법 같은 순간이 있어요.”
어린 시절에 이미 세계 유수의 악단, 지휘자들과 연주를 해봐서일까. 그는 “작지만 의미 있고 행복을 주는 공연이 중요하다”며 “코로나를 겪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했다. “너무 어릴 때 연주를 시작해서 연주회 열고 리코딩도 하면서 학교에 다녀야 했어요.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곡들로 공연을 짤 수 있다는 점도 좋네요.” 그는 “예전보다 지금 연주를 훨씬 더 즐기는 것 같다”고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과 훌리오 엘리잘데가 9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홀에서 13개 도시 순회공연을 앞두고 간담회를 열었다. 크레디아 제공 |
40대 중반인데 워낙 데뷔가 빨라 내년이면 국제무대 데뷔 35주년을 맞는다. 그는 그 사이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언급하며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활약하는 한국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매우 자랑스럽다”고 했다. 바이올린은 14살 때 스승인 아이작 스턴에게 물려받은 1717년 과르네리다. 사라 장은 “나도 손이 작은 편인데 손이 작은 아이작 스턴 선생님이 제게 딱 어울리는 악기를 골라주셨다”고 했다. 이번 공연에도 미국 줄리어드 음대 동창생인 피아니스트 훌리오 엘리잘데가 함께한다. 사라 장이 10년 가까이 독주회 때마다 파트너로 삼는 피아니스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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