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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누구를 위한 극단의 결정인가?

매일경제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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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CEO는 냉정하게 결정을 내린다.

CEO는 사업과 회사 그리고 성과에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사업과 관련하여 국내외 상황이 변하면 변화되는 환경의 추세에 민감해 진다. 여러 동향을 수집하여 분석하고 사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분석하여 대안을 만든다. 대부분 CEO는 대안별 이익과 손해를 고려하여 최적안을 정한다. 이 최적안을 내기까지 수 많은 고민을 이어간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회사를 망하게 함을 알기 때문이다.

A기업에 근무할 때이다. 회사 내에 많은 위원회가 있었다. 매주 본부장이 중요 이슈를 결정하는 경영위원회, 영업본부와 생산본부장이 매주 미팅을 하는 생산판매위원회, 가격결정 위원회, 환경위원회, 인사위원회, 리스크 관리 위원회, 6시그마 위원회 등 다양했다. CEO는 대부분 위원회의 장이다. 위원회에 참여하여 안건별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궁금한 것은 질문하여 답변을 듣고 가능한 발표된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낸다. 위원들과 의견이 다른 상황이 있다. 최종 결정은 CEO 몫이다. 그리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B기업에 간 후에, 위원회는 CEO의 독단이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커다란 제동 장치임을 알게 되었다.

CEO가 독단을 하는 상황이 있다.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을 내린다. 언제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시간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을 내린 후 실행을 하면서 상황과 변화를 보며 수정이 가능하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 결정 그 자체가 주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CEO는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진다.

두 본부의 극단의 결정

회사는 두 본부로 구성되어 있다. 영업과 생산본부이다. CEO는 영업본부장 또는 생산본부장 중에서 선임된다. 현 CEO는 영업본부장 출신이다. 회사의 방향과 전략, 중점 과제는 매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이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 판단하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전략으로 정했다. 1단계 진출 시장으로 동남아로 정하고 시장 규모, 국가 지원, 인력 수준 및 인건비, 원재료 구입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베트남으로 확정했다. CEO는 중기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생산본부는 영업 전략과 방안에 맞추어 생산기지 확보와 생산 역량을 갖추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영업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 생산본부의 불만은 갈수록 쌓여가게 되었다.

3년 임기의 CEO는 재선이 불가능하다. CEO는 자신이 속했던 영업본부에서 CEO가 선임되길 희망한다. 현 영업본부장을 중심으로 CEO가 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였다. 회사 중요 회의는 물론 외부 주요 이해관계자 만남에 영업본부장 역할을 확대했다. 생산본부장과 생산본부 임직원도 똘똘 뭉쳤다. 생산량과 납기를 유지하면서, 회사 내 생산본부의 위상을 높여 갔다.

베트남에서 현 해외 판매량의 2배 이상의 수주를 확정했다. 영업본부는 축제 분위기였다. 영업본부 전 임직원에게 100%의 특별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영업본부는 이 수주를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중국 등으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였다. 글로벌 영업을 개시한 2년이 되지 않아 전사 매출은 2배 이상 급 상승하였다. 영업본부의 목표는 향후 2년 이내에 매출 10배 성장이다.


생산본부는 매일 야근이다. 급격한 매출을 맞추기 위해 매일 생산계획을 수정하며, 구매, 납기, 품질, 수량 등을 힘겹게 맞추어 간다. 베트남 수주로 여력없이 풀 가동을 하고 있지만, 보상도 수고했다는 말도 없다. 생산본부는 더 이상 영업의 시종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현 생산의 90% 수준에서 안전과 안정지향적 생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 수준이라면 생산 확장을 위한 조치가 없는 한, 영업이 더 이상 수주를 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생산본부는 CEO에게 생산 계획을 보고하며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고 했다. 생산본부도 차기 CEO후계자를 본부장으로 결정하고 결속을 강화해 간다. 영업의 수주에 따른 생산 계획의 조정이 아닌, 생산계획에 따른 영업 수주가 결정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전환했다. 매일 매주 매월 생산계획은 영업본부에 통보되었고, 영업본부의 입장이나 주장은 일체 수용되지 않았다. 한 순간, 회사의 영업과 생산 본부는 앙숙이 되었다.

누구를 위한 극단의 결정인가?

영업본부와 생산본부 모두 회사와 임직원을 위한 결정이라고 한다. 영업은 회사의 매출을 늘려 이익을 창출하고 성장해야 보다 강한 회사를 만들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고 한다. 생산은 안전을 기반으로 안정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영업과 생산에서 CEO가 선임되는 것이다. 영업본부장과 생산본부장은 자신이 CEO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회사의 미래는 자신이 되고 난 다음에 존재한다. 자신이 없는 회사와 구성원은 없기 때문에 전사적 관점의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다. 화합하여 한 방향으로 가야 함을 알지만, 협업을 할 수 없게 조직과 개인 이기가 팽배하다. 이들만의 이기가 아니다. 이들을 바라보는 조직과 구성원들이 이들을 중심으로 뭉치게 되어 있다. 상대가 CEO가 되면 힘들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기는 또 다른 이기를 낳고, 상대의 잘함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것이 아닌 비난을 하며 사소한 잘못을 확대하여 징계하라고 한다.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CEO는 식물인간이 되어 자신의 안정적 퇴직과 그 후의 혜택만 생각한다. 이 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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