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속으로]
 |
지난해 10월 18일 테슬라 모델3 차량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의 한 도로에서 완전자율주행(FSD) 모드로 주행하고 있다./사진=뉴스1(엔시니타스 로이터). |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과 전기차의 결합을 기반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봅니다."
최근 실시된 미국 대선 이후 만난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전기차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면서도 자율주행 발전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자율주행 차량은 전동화 없이 불가능하단 게 배터리 업계의 시각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끌게 될 새 정부 교통부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을 위한 규제 틀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에서는 취임 이후 1대당 최대 7500달러에 달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폐지할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온다.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미국에선 전기차 구매 수요가 꺾일 수밖에 없다.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를 줄이면서 자율주행은 키운다는 정책이 모순적이라는 입장이다. 자율주행 차량은 소프트웨어와 전자 장치 기능 증가로 전력 소모가 크다는 특징이 있다. 내연기관에 장착되는 배터리는 자동차 시동, 라이트 구동 정도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로 자율주행 장치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하기는 어렵고 전기차에 탑재되는 수준의 배터리 용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발전은 테슬라, 화웨이 등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전기차를 앞세운 회사들이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달 전기차 럭시드(Luxeed) S7이 자율주차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럭시드 S7은 최근 화웨이가 테슬라에 도전장을 내며 출시한 신형 전기차다. 같은 달 테슬라는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 FSD(Full Self-Driving) v13의 배포를 시작했다. v12가 나온 지 약 1년 만에 나온 새로운 버전이다. 테슬라는 또 지난 10월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사이버캡'을 공개해 2026년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자율주행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면 7500 달러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등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일부가 축소 수순을 밟더라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라며 "테슬라 역시 자율주행 규제 해소가 전기차 사업 확장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할수록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고밀도 배터리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저렴한 LFP(리튬인산철)를 앞세우는 중국 배터리 기업과 달리 NCA(삼원계), 하이니켈 등 고밀도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3억 달러(약 31조원)에서 2030년 1332억 달러(약 17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자율주행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처럼 더 큰 전력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라며 "보다 크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