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손준성 검사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손준성 검사장이 ‘고발 사주’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의 선거 개입이라는 ‘국기문란’ 범행이 실행은 됐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범행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이를 밝혀내는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정재오)는 지난 6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 검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선고된 공무상비밀누설죄 등도 모두 무죄로 뒤집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의 실체가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윗선’인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등이 관여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고발 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장이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김웅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손 검사장이 김 전 의원에게 문제의 고발장을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전달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은) 특별한 친분이 없고 이 사건 전후로 (두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연락한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공수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에 고발장을 전달할 자로 김 전 의원을 선택한 다음 김 전 의원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손 검사장의 고발장 작성의 배후와 김 전 의원에게 전달한 경로로 윤석열 검찰총장 등의 상급자를 지목한 것이다. 실제 손 검사장은 당시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다. 또 손 검사장이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한 대표를 위한 고발장을 작성할 이유도 없었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고발 사주 사건 자체가 윤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또 고발장이 김 전 의원 쪽에 전달되기 하루 전 한 대표가 손 검사장과 함께 있는 단체대화방에 60장의 사진을 올린 사실도 드러나 이 사진이 고발장 작성과 관련된 문서가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2022년 5월 손 검사장만 불구속 기소하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 다른 피의자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올해 1월 이 사건 1심에서 손 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등을 다시 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한 변호사는 8일 “(윤 대통령 등) 사람에 대한 조사가 더 있었더라면 사건의 사실관계가 제대로 파악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사건은 재수사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우선 판결문을 분석한 뒤 재수사 여부를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강재구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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