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12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요구 집회. 신다은 기자 |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 “작전 중간에 대통령이 전화했다.” 뚜렷한 정황과 진술들이 ‘12·3 내란’의 ‘수괴’(우두머리)로 윤석열 대통령을 지목했다. 하지만 국헌 문란과 민주주의 파괴의 중범죄를 저지르고도 일말의 후회나 뉘우침의 감정도 그에겐 없어 보였다. 비등하는 퇴진 여론에 귀를 막은 듯 그는 공석인 장관급 공직자의 임명을 재가했다.
그사이 국회 상황은 시시각각 변했다. 윤 대통령의 직무집행 정지 필요성을 언급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오전 발언 이후, 국민의힘은 요동쳤다. 밤늦게까지 세차례 의원총회가 릴레이로 이어졌고, 그 사이사이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차례로 대통령 관저로 윤 대통령을 찾아가 만나고 와 들은 이야기를 의원들에게 전했다. ‘탄핵 반대’ 당론은 이날 바뀌지 않았다. 국민의힘 분위기를 살피며 표결 시기를 저울질하던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계획보다 2시간 앞당긴 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어제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이번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새로이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탄핵 찬성 쪽으로 선회한 것은 비상계엄 당일 계엄사령부가 한 대표 자신을 비롯해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수감하려 한 계획이 실재했음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6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찾아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전화로 지시한 사실을 폭로했다. 그가 방첩사령부로부터 전달받은 체포 대상자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대표 외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특수전사령관과 수도방위사령관 등 12·3 내란사태의 주역들은 이날 연이어 국회 진입과 정치인 체포 등의 지시를 윤 대통령이 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관저에 머무른 채, 해명도 사과도 내놓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의총을 직접 찾아 이야기하겠다는 그를 한 대표가 만류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1시간 넘게 만났지만, 교집합은 없었다. 오후 6시가 가까운 시각, 윤 대통령은 박선영 전 의원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장관급) 임명안을 재가했다. 스스로 임기를 중간에 끝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지 표명에 가까웠다.
국민의힘 의원 다수도 ‘탄핵 반대 당론’ 유지에 힘을 실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밤 관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고 국회로 돌아온 뒤, 밤 11시35분께 끝난 이날의 마지막 의총에서 “(윤 대통령이) 조만간 의원들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숙고하겠다고 말했다”며 의원들을 다독였다고 한다. 당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추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미리 얘기를 못 해줘서 미안하다”며 긴급 담화문 내용을 설명했다고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이 의총 뒤 기자들에게 전했다.
이날 오전 한 대표 발언을 탄핵안 가결의 청신호로 봤던 민주당은, 예상보다 강한 국민의힘의 ‘탄핵 거부감’에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192석 야당이 주도한 윤 대통령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여당에서 적어도 8명이 이탈하지 않으면 부결된다. 하지만 10여명으로 꼽히는 친한동훈계 상당수는 탄핵보다 임기 단축 개헌 쪽에 기울어 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 직전까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원내지도부가 본회의나 표결 불참을 결정한다면 중립지대 의원들의 이탈 가능성도 미지수다.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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