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민의힘 내 이른바 당원게시판 논란이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의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동훈 대표와 친한(親한동훈)계의 예정된 반발이 다음달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이탈표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 대표가 두 사안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명백히 부인하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을 두고 사실상 친윤계 등 '당게 논란' 공세 주도세력을 향해 간접 경고를 보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친윤계의 공세는 다소 수위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29일에도 일부 이어졌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게 논란에 대해 "한동훈 대표 이름과 같은 당원, 그리고 한 대표 가족 이름과 같은 당원들이 쓴 글이 정상적인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의견을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당의 진로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해당(害黨)행위라는 지적 때문에 시작된 문제"라고 규정했다.
김 최고위원은 "그래서 사실 이 문제는 빨리 정리를 하고 갔어야 되는데, 당 대표와 사무총장 등 일부 당 구성원들이 이 문제를 당내에서 금방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곧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으며 "2시간만 하면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이제 20일이 지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마 즉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홍준표 대구시장이 '게시판 논쟁의 본질은 한 대표 가족의 동원된 여론조작 여부'라고 주장한 데 대해 "홍 시장 말씀은 가장 정곡을 찌르는 말씀이 최근에 많으셨다"고 평가하며 "처음부터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를 당에서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명백하게 밝히고 해명하면 가장 좋은 일이었다"고 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가 '대표 끌어내리기', '김옥균 프로젝트'라며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김 최고위원은 "이 내용이 한 대표 또는 가족과 관계없는 글이라면 끌어내리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일축하며 "이런 말씀을 자꾸 하시고, 또 더 나아가서 1000건이 넘는 글을 공동으로 검증해보자,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그럼 썼단 말인가'라는 의구심이 들게 하지 않나. 쓰지 않았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친윤계에 가까운 입장을 보여온 조정훈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소위 친한, 당직자 의원들 발언을 보면서 좀 아쉽다"며 "인간 한동훈이 정치인으로서 국민들한테 신선하게 다가갔던 이유는 '여의도 사투리 쓰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했다, 안 했다' 그냥 간단한 OX퀴즈인데 이걸 자꾸 무슨 프로젝트인 양 고차방정식으로 승화시켜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 의혹들, 주장들이 맞는지 일단 답할 의무는 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해야 될 이유는 없다"고 한 대표 측을 압박하며, 특히 전날 한 대표가 '당게 문제가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이탈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에 '내가 한 말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을 언급하며 "여의도 문법의 최고수가 된 것 같다. '그런 거 아니다'라고 하시든지, '내가 한 말은 아니다' 이건 무슨 뜻이냐? 굉장히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모호한 발언"이라고 비꼬았다.
조 의원은 "만약 이 당원게시판 논쟁을 앞으로 있을 김건희 여사 특검에 연결한다는 고민을 한다면 그건 여당 대표가 아니라 야당 대표"라며 "아무리 당에서 내분이 있더라도 여당임을 포기하는 정권 붕괴법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내 친윤·친한계의 자장에서 벗어나 있는 중립지대에서도 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앞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정부·여당이 민생에 집중해도 모자랄 때인데 이거 가지고 다투고 있는가"라며 "당 대표를 저격한다든지, '고모' 이야기로 맞대응한다든지 이런 것은 서로 자제할 때"라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안 의원은 그러면서도 "지금이라도 한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해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들 전부 밝히고 남은 부분은 엄정하게 조사해서 모든 사실들을 명백하게 밝히겠다 (고 해야한다). 그게 여당의 의무 아니겠나"라고 한 대표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우주항공산업발전포럼 주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침묵하는 한동훈의 속내는…'끌어내리려 하면 공멸' 묵시적 경고?
전날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가 "당분간 공개적 발언이나 논쟁은 자제하고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자", "당 지도부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니 냉각기를 갖자"고 하면서 당게 논란이 일시 진화되는가 했지만, 이처럼 한 대표를 향한 압박이 사실상 계속됨에 따라 한 대표와 친한계의 반발 수위에 다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게 논란으로 인한 특검법 재의결 이탈표 가능성에 대해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의원들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전혀 이탈 우려 는 없다"고 재차 진화를 시도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당게 문제 및 특검법 재의결 전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 대표는 전날 자신이 당게 논란에 특검법 문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나온 데 대해 취재진에 "제가 그런 말을 했다고요?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는 답을 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정치권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모호한 발언"(조정훈 의원), "측근이든 누군가는 했다는 것은 인정하는 것 아니냐. '그런 말은 처음 들어보는데요'라든지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이러면 부인하는 건데, 이건 '있기는 있지만 내가 한 건 아니다'는 얘기"(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 의심어린 시선이 나왔다.
한 대표는 전날 특검법 재의결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며칠 전 말씀드린 걸로 대신하겠다", "그 문제는 말씀드리지 않겠다"고만 했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당게 문제를 김건희 특검과 연계시키려 한다면 해당행위라고 했다'는 질문에도 "본인 생각"이라며 "제가 그 분 생각을 특별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만 했다.
실제로 친한계에서는 당게 논란이 특검법 재의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의 압박성 언급이 나오고 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추 원내대표의 '냉각기 당부' 이후인 전날 저녁 YTN 방송 인터뷰에서 '게시판 논란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영향을 안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지난번에도 4표 정도 이탈표가 나왔지 않나. 그건 대표가 직접 '이건 당론이니까 막아야 된다'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얘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탈표가 나온 것"이라며 "지금 명태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그런 것들에 의해서 사람들이 동요하기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정성국 조직부총장도 지난 27일 MBC 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예전 같았으면 '이것(김건희 특검법)은 독소조항 제거도 안 됐고 반헌법적 요소가 있고 우리가 절대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말씀하실 것 같은데, '야당의 전략에 의해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표현이 의미는 비슷한 것 같지만 뉘앙스가 약간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정 부총장의 말은, 한 대표가 27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특검법 재표결을 미룬 것이 여당 내 이탈표를 부추기려는 의도라는 풀이가 있다'는 질문에 "민주당 사정 때문에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가 좌지우지되거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한 데 대한 측근의 해석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때문에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국민의힘 자체 내부 문제는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말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의 '침묵'을 포함한 최근 언행이 용산·친윤을 향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한 말은 아닙니다'라는 것은 '그런 말은 있기는 있습니다, 나는 아니지만' 이런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많은 평론가들이 '공포탄을 쐈다, 경고탄을 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이날 인터뷰에서 "참고로 한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면담이 굉장히 이상한 형태로 끝난 뒤에도 친한계 의원들은 부글부글했다. 그래서 실제로 저한테 와서 '협상도 좀 걸어와라. 우리가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 이런 얘기들을 했었다"고 폭로성 주장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장파이자 친한·친윤계 모두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김재섭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나 자꾸 건드리면 딴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한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기보다는 당내 친한계로 불리는 분들한테 (그런 말이) 들어온 것 같다"며 "한 대표가 직접적으로 특검을 통과시키(자고 하)거나 이러지는 않은 걸로 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저는 이렇게 된 걸로 이해하고 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 뭔가 돌파는 해야 된다. 이렇게 계속 통과되고, 거부권 쓰고, 부결되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가겠느냐'는 문제의식을 분명히 갖고 있고, 이 문제의식들을 몇몇 측근들한테 나눴는데…(중략) 논의가 나오는 중에 그런 식으로 내용들이 형성이 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 법률자문위는 이날 당게 논란과 관련 '한 대표 및 가족이 '자살하라', '개목줄' 등 극단적 내용의 글을 당 게시판에 올렸다'고 주장한 유튜버를 내달 2일 서울시경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자문위는 "극단적 표현의 글은 당 대표 및 가족과 무관한 제3의 당원(동명이인)이 쓴 글임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가 그런 글을 직접 썼다'는 허위사실을 전제로 한 모든 발언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작성된 글은 전체 53만 건에 이르는 게시판 글 중 불과 907건에 불과(1일 평균 2건)한데 '여론조작', '여론조성팀', '댓글팀' 운운하는 것도 모두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