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호주가 세계 최초로 부모 동의와 관계없이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 자체를 제한할 전망이다. 16세 미만 호주 청소년은 빠르면 내년 말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엑스 등을 이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학계와 IT업계 일각에서는 SNS 사용 금지에 대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16세 미만 호주 청소년, 빠르면 내년 말 SNS 금지…유튜브는 제외될 듯
[캔버라(호주)=AP/뉴시스]재키 람비 호주 상원의원(왼쪽)이 28일 호주 캔버라의 국회의사당에서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과 토론하며 손짓하고 있다. 호주 상원이 28일 16세 미만 어린이들의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이러한 법안이 곧 세계 최초로 발효를 앞두고 있다. 2024.11.28. |
30일 CBS 등 외신에 따르면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호주 상원에 이어 전날 하원에도 통과됐다.
이 개정안 골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이 SNS를 사용할 수 없도록 강제한다는 점이다. 입법 절차상 연방 총독 재가가 필요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이에 외신들은 양원의 개정안 통과로 사실상 법률안 공포에 문제가 없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어떤 플랫폼을 금지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추후 호주 통신부 장관이 결정할 예정이다. 미셸 로랜드 통신부 장관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스냅챗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게임용 소통 용도로 이용되는 서비스나 메신저 전용 서비스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외신은 왓츠앱, 디스코드 등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AP/뉴시스] 중국과 호주 양국간 해빙무드 속에서 중국을 방문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5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6회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양국간 우호적인 관계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2023.11.06 |
유튜브도 제외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최근 "건강·교육 관련 서비스와 메시징 서비스, 온라인 게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 적용 예외 플랫폼으로 헤드스페이스, 구글 클래스룸과 함께 유튜브도 언급했다.
호주 정부가 청소년 SNS 사용 제한에 나선 데는 최근 발생한 청소년 폭력·혐오 사건 원인 중 하나로 SNS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호주 시드니 한 교회에서 16세 소년이 주교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다. 호주 현지 외신에 따르면 이 소년은 극단주의 단체에 속해 있었는데 이 단체가 SNS를 통해 활동하며 세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공포 후 12개월 후에 발효된다. SNS 운영 기업은 유예 기간에 미성년자 이용자의 SNS 접근을 차단할 기술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 위반 시 기업에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한다.
韓 청소년 2명 중 1명 "SNS 이용 조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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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 SNS 이용을 금지하려는 국가는 더 있다. 프랑스의 경우 15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 동의 없이 SNS를 이용할 수 없다. 미국 플로리다주에도 14~15세 청소년이 SN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안이 계류 중이다.
한국도 청소년 SNS 이용 제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 등을 담은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친권자 등의 확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조 의원은 호주 SNS 금지법이 통과되자 지난 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SNS 과몰입은 우리 정부에서 4대 중독으로 인정됐다"며 법안 통과를 주장했다.
이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인터넷, 청소년 유관 부처도 디지털 과몰입을 해소하려는 정책 논의를 이어간 바 있다.
한국도 입법 논의에 나선 데는 청소년 SNS 과몰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지난해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2명 중 1명(47.7%)이 SNS 이용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어떤 SNS 규제할 건가, 효과는 있을까…업계·학계 "신중한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 |
하지만 입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업계와 학계 반박이 예상된다. 이미 호주에서는 SNS 금지 법안이 통과되자 플랫폼 기업들이 비판 성명을 냈다.
메타는 호주 법안에 대해 "일관성이 없고 효과적이지 않다"며 "법안 처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청소년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본인 엑스 채널을 통해 "모든 호주인의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백도어 수단 같다"고 밝혔다.
국내 IT업계에서도 입법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입법안을 살펴보면 어떤 SNS를 규제할 것인지 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 호주처럼 특정 SNS를 규정하기에는 플랫폼 간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튜브, 카카오톡은 예외 대상으로 두고 SOOP, 치지직 등은 포함된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최근 조정훈 의원 입법을 반대하는 내용의 검토 의견을 제출했다. 인기협은 조 의원 입법안에 대해 "(법 적용 대상이 되는) SNS 정의가 광범위해 사실상 모든 정보통신서비스가 이에 포함되는 상황에서 청소년이 보호자 동의 없이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돼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학계 일각에서는 SNS 사용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규제가 시작될 경우 청소년이 부모 계정을 이용하는 등 우회 경로를 통해 SNS를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청소년 자유권 침해를 지적하는 학자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가치관이 완전히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의 경우 SNS 과몰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강압적인 규제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스스로 자기조절 능력을 키우도록 가정에서부터 연령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청소년 스스로 자발적으로 SNS 이용을 조절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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