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치로,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AI 서버 공급망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 배경으로 "멕시코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과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멕시코에서 서버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대만 기업들에 미치는 경제적 여파에 주목한다. 현재 멕시코는 미국이 수입하는 서버 금액 중 약 67.4%의 비중을 차지하며 대만 위탁생산(OEM) 업체들의 주요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만 기업 중에서는 위윈(Wiwynn)의 북미로 출하되는 서버의 70%를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인벤텍도 전체 서버 생산량의 35%를 멕시코에서 맡고 있다. 폭스콘과 위스트론 역시 멕시코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 기업들은 멕시코의 지리적 이점과 무역 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 AI 서버를 공급해 왔다. 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이들의 AI 서버 공급망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엔비디아와 협력해 멕시코에 세계 최대 규모 GB200 공장을 건설하려던 폭스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폭스콘은 내년 초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관세 리스크로 후속 공장 건설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위스트론 역시 최근 신규 공장을 통해 자동차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이번 정책 변화로 계획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반도체 산업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나 트럼프 관세 정책과 반도체법 2단계 보조금 지급 불확실성으로 경영 환경이 복잡해지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의 첫 번째 단계에서 4㎚(나노미터·10억분의 1m)와 5㎚ 공정을 내년 상반기 양산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2028년 3㎚ 공정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관세 인상과 보조금 취소를 언급하며 제조업에 매파적 태도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TSMC의 장기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현재 TSMC가 최대 66억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세부 조건이 까다롭다. TSMC는 올해 말까지 최소 10억달러를 수령해야 한다. 5년 내 주식 환매 권리를 포기하고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가치 공유 협약’에 동의해야 한다. 또한 보조금은 공장 건설 진행 상황에 따라 지급되며 자본 지출 계획을 조정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처럼 복잡한 지원 조건과 관세 리스크는 TSMC의 미국 시장 확장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은 TSMC가 지정학적 요인으로 2026년 설비 확장을 위한 장비 주문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TSMC는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협력 업체들은 아직 큰 영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2026년 장비 주문 계획은 2025년 초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며 이 시점에 새로운 자본 지출 계획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2026년 장비 주문에 대해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본지 종합·인후이중 기자/번역=아시아경제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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