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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통령, 면책특권 없지만 관례상 기소 안 해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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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달리 명시적 조항 없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18일(현지 시각) '성추문 입막음' 관련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 앉아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18일(현지 시각) '성추문 입막음' 관련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 앉아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헌법과 법률에는 대통령의 형사 기소 및 면책과 관련된 명시적 조항이 없다. 헌법 제2조 4항에서 “대통령, 부통령 등 미국의 모든 공무원은 반역죄,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경범죄로 탄핵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으면 파면된다”고 규정했을 뿐이다. 탄핵은 의회에서 행사하는 정치적 절차로 사법적 형사 기소와는 구분된다. 한국이 헌법에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84조)’고 면책특권을 정의한 것과 대비된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3월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기소된 것을 시작으로 총 4건의 형사 재판에 회부되기 전까지,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형사 피고인이 되는 사례 자체가 없었다. 미국은 그간 법무부의 지침, 헌법 학자들의 논의, 법원의 판결 등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기소 문제를 관습적으로 정립해 왔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4년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날 때 법무부가 ‘대통령을 기소하려면 탄핵으로 파면한 이후 민간인 신분일 때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지은 뒤 이런 판단은 줄곧 유지됐다.

그런데 닉슨은 자신의 사임으로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제럴드 포드가 취임 뒤 단행한 사면 조치로 기소를 면했다.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으로 1998년 탄핵안이 하원에서 가결됐지만 상원 부결로 자리를 지킨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도 퇴임 뒤 재판에 넘겨지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정치 갈등을 최소화해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미 정치권의 오랜 암묵적 합의를 따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권력 분립의 역사적 측면에서 대통령이 형사 기소를 당하지 않고 탄핵으로만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지위를 보장해 준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형사 피고인이 된 첫 전현직 대통령’이 되면서 향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때 혼선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형사 기소와 면책특권 관련 규정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인 행위에 대한 면책 권한은 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전직 대통령에게도 적용된다”는 지난 7월 연방 대법원 판단이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이 퇴임 이후로까지 대폭 확대돼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유사 사례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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