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허경영씨와 사진을 찍고 있다. 강혜경씨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지난 대선 당시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의 지지율을 올려 TV토론에 출연하게 만든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도록 하려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4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공천 개입’ 논란을 제보한 강혜경씨는 최근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에서 이같은 내용의 증언을 내놨다. 그는 당시 “명씨가 거주지인 창원에서 윤석열 캠프까지 오갈 때 허 후보의 종교시설이 있는 경기 양주 ‘하늘궁’에 들러 그와 호형호제하며 지냈다”라며 “명씨는 여론조사를 통해 허 후보 지지율을 5%로 만들어주고, 대선 후보로 TV토론에 나오게 해 이재명 후보를 윤석열 후보 대신 공격하게 하자는 계획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강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명씨는 하늘궁에 자주 갔었고 다른 분들도 데리고 가 허 후보와 인사를 시키곤 했다”라며 “그 근처 숙박시설에서 자고 오기도 하고, 허 후보 등과 사진을 찍은 것을 내게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씨는 허 후보와 코드가 잘 맞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씨는 대선 당시 허경영씨를 통한 이재명 후보 공격 계획과 관련해서는 “당시 허 후보는 지지자가 꽤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이에 명씨는 허 후보를 통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더 뺏어오고, TV토론에서 공격도 할 수 있게 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계획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언론사들이 허씨 이름을 조사 대상에 넣기를 꺼려하면서 틀어졌다고 강씨는 전했다. 강씨는 “이런 점들 때문에 허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가 중단됐고, TV토론 입성도 안 됐다”고 말했다.
명씨가 허씨와 관련된 여론조사에 개입한 정황은 최근 공개된 강씨와의 통화 녹취록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명씨와 강씨의 2021년 12월13일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여론조사 오늘 나오나요. 허경영이가 좀 나와야 지금 우위를 받는다”고 말했다. 명씨는 이어 “허경영이도 밑의 애들 다 밥줄인데, 그거(여론조사 결과) 줄 때는 나름대로 5% 나와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허씨의 실제 대선 득표율은 0.83%에 그쳤지만, 명씨가 관련된 미래한국연구소가 낸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수치가 나온 바 있다. 프라임경제신문·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여론조사 기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가 2021년 12월 15~16일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에서 그는 4.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허씨는 이날 명씨와의 관계 등을 묻는 경향신문의 질문에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허씨측 관계자는 “예전에 (명씨와 가까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왔다갔다는 얘기는 총재께 몇 번 들었다”고 말했다.
명씨도 허씨와의 관계 등을 묻는 경향신문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난달 2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허경영을 대선 전 수십 차례 만났느냐’는 질문에 “(수십 번이라는 건) 가짜뉴스”라며 “4차례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PNR 쪽 영업을 하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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