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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인터뷰]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韓 AI 경쟁, 특장점 활용한 '선택과 집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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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우리보다 예산·인재 많아…우리만의 특장점 밀고 나가야"
"AI, 전력소모 심해…저전력 반도체·SMR 등 전력 부족 대책 필요"
"AI 기본법은 조속히 제정돼야…통과 늦을수록 생태계 전반 지장"
아주경제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과 교수. [사진=유대길 기자]




이종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한국이 보유한 특장점을 잘 활용해 치열한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약 2년간 지낸 이 교수는 재임 기간 동안 AI 진흥 정책을 확대하고 AI반도체 등 AI 인프라 육성 토대를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이종호 교수는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아울러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AI 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

-AI 일상화를 재임 기간 동안 많이 강조했다.

"우리 국민의 일상 속에서 다양하고 촘촘하게 누릴 수 있는 AI 서비스들이 점점 더 많이 나오게 됐다. 이는 기술은 물론 산업 전반과도 연결돼 있다. 이렇듯 점차 실생활에 여러 AI가 접목돼 편리함·안전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러한 선순환 고리에서 어떻게 AI의 일상화가 수준 높게 이뤄질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온디바이스 AI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클라우드의 역할이 커졌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장은 기술적 난도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각 가정마다 온디바이스 AI 혹은 에지 디바이스 형태로 우리 삶을 도와주는 로봇 등 기기가 일상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도 그와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상당 부분 실현될 것 같다."

-AI 관련 정부 예산 규모가 더 커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나온다.

"정부가 책정한 AI R&D 예산이 올해 8000억원에서 내년 1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더 늘었으면 했지만 워낙 빚이 많은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해서 끌어올린 액수였다는 점에서 기획재정부에 감사한 마음도 있다. 다만 AI 예산을 더 늘릴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정쟁 등으로 인해 배정된 예산 중 일부라도 AI에 투입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지금은 예산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고 예산이 늘어날수록 정책 효과도 늘어날 것이다. 여유가 있다고 하면 AI 관련 예산을 늘렸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한정된 AI 예산하에서 어떤 분야에 우선 투자가 이뤄져야 할까.

"현실적으로 우리가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미국·중국은 우리보다 AI 예산은 물론 인재도 훨씬 많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우리가 잘하는 특장점을 활용해 치고 나가는 전략으로 AI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는 것이다.

가장 긴급한 것은 인프라, 즉 AI 학습용 하드웨어다. 그래야 대학교·연구소도 연구를 할 수 있고 산업계도 AI 전환을 통한 업무 효율화와 각종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저전력 AI반도체에 대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다. 현재 AI 가속기로 많이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구성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구성돼야 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재임 시기 AI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했고, 예산이 좀 깎였지만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해당 사업에서 국산 AI반도체에 특화한 컴퓨팅·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도 핵심 과제로 담았다.

이미 보유한 GPU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만 해도 많은 연구자들이 각각 GPU 보드를 한두 장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언제나 모두 가동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서울대 총장에게 이들 GPU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전용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GPU를 모으고 이를 관리할 전문가를 고용하는 방식이다. 자원을 한데 모을 수 있으니 AI 연구 과정에서 GPU로 인한 제한도 줄고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문제가 서울대만이 아니라 상당수 대학교가 처한 문제인 것으로 안다. 이를 지원하는 예산도 필요하다. GPU를 새로 사오려면 시간적·금전적 비용이 많이 드니 있는 자원을 제대로 써야 한다."

-AI로 인한 전력 부족 문제가 화두인데.

"장관으로 재임하는 동안 4세대 소형원전모듈(SMR) 예산 증액에 심혈을 기울였다. 전기만큼은 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기술 관련 예산이 2배 이상 늘었다. AI를 하려면 전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달 초 SK AI 서밋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1기가와트(GW)급 AI 데이터센터를 하나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약 6조원에 달하는 하드웨어가 투입된다고 했다. 1GW면 반도체 양산 라인 한 개가 쓰는 전력보다 더 많고, APR1400 1기가 생산하는 전력(1.4GW)과 맞먹는 수준이다. 1GW 데이터센터에서 소모하는 전력을 감당하려면 대형 원전이 하나 필요한 셈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MR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탈원전을 외치던 유럽도 AI 열풍이 불다 보니 SMR로 눈을 돌리지 않나."

-AI 관련 우수 인재가 한국을 많이 떠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어려운 문제다. 물론 이들 중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경험을 쌓는 것도 역량 확보에 좋지만 우리가 열심히 키운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아쉽다. 기술도 앞서고 국내 대비 돈도 많이 주니 해외로 많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AI 분야 인재들에게만 지원을 몰아주자고 할 수도 없다.

장관 재임 중 이에 대한 고민을 정책으로 옮겼다. 우선 지식재산권(IP)을 활성화해서 'IP 스타과학자'를 육성하고자 했고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책정했다. 올해 60명을 뽑았고 내년에도 6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각 분야별로 연구자들에게 1년에 5000만원씩 특허 출원 등록 기술 이전을 위해 지원한다. 이들이 이를 기반으로 특허 수입이 수억 원 단위가 됐다면 기존 연구자와 기관 간 지분 5대5를 6대4로 조정해 과학자가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구조로 바꿨다. 또 민간 기술이전조직(TLO)이 특허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제안했다. 이처럼 파이를 키우면서 연구자들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공계로 왔을 때 경제적인 수익을 적어도 전보다는 더 잘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관으로 재임할 동안 AI 기본법 필요성을 많이 강조했는데.

"AI 기본법에 AI 규제·진흥 관련 필요한 요소에 대한 사항들이 담겼다. 가령 고위험 AI에 대해서 사업자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 등이다. 진흥 측면도 신경 썼다. 이를 토대로 관련한 시행령을 만들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는 딥페이크나 보이스피싱 등도 그렇다. AI 생성물에 대해서는 워터마크를 의무화하고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 등이 필요하다. 이들 내용을 모두 AI 기본법에 넣을 수는 없지만 관련 법을 축적해 나갈 수는 있다. 요즘 각종 보이스피싱 대응책이 발표됐고 11월에는 AI안전연구소도 설립되는데, 이 모든 것들이 AI 기본법도 없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토터스미디어의 평가에서 한국이 AI 운영환경 분야 35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이 조명됐다. 반면 정부 전략은 4등이었다. 이러한 전략이 실제 법으로 연계됐으면 종합 6위에서 순위가 더 올랐을 수도 있었을 테다.

기업들로서도 법 제정이 늦어지면 곤란하다. 나름의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나중에 법 내용과 배치된다면 그에 맞춰 AI 학습을 다시 하는 상황 등이 벌어질 수 있다. 법이 먼저 제정됐으면 그에 맞춰 AI를 학습시키고 서비스도 했을 것 아닌가. 이는 결국 전반적인 산업 진흥 지연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중요한데 왜 국회 통과가 안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말에 충분히 법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봤는데 불발돼서 속상했다."

-꼭 AI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이 나올 수 있을까.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 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모두 평생을 AI에 바쳤다. 이를 보면서 과학 분야에서는 한 우물을 팔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한국도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된 지 올해 13년째고 이곳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다루는 예산이 크다 보니 매년 평가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구에만 전념하기가 쉽지 않다.

재임 기간 '한 우물 파기 과제'를 만들었다. 연간 사업비 2억원에 지원 기간은 10년, 평가는 5년마다 진행하는 식으로 우수한 젊은 과학자를 선발했다. 지난해 총 15명을 뽑았다. 과제에 선정된 연구자들에게 "마음 놓고 연구해 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10년 연구하고 이후에도 계속 하면 누군가는 세계적 연구 성과를 이루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러면 예산도 늘리고 지원도 더 하게 된다. 대작을 만들 수 있도록 끝없이 파고들어 보라는 취지다.

요즘 해외에서 한국 연구자들에 대한 명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과학기술 수준이 많이 올라오면서 외국에서 먼저 협력을 하려는 사례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실제 EU에서 진행하는 연구혁신 분야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한국이 올해 준회원국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한국 연구진과 프로그램을 같이 하고 싶어하는 외국 연구진도 많이 늘었다. 이제는 한국 연구진을 외국 과학기술계에서 파트너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정말 자랑스러운 성과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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