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인근에서 열린 해병대 예비역연대 주최 '해병대원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 특검법, 국정조사 촉구 범국민 집회'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2024.06.29. [사진=뉴시스] |
13일 <아이뉴스24> 취재를 종합하면, 당은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이 의원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의혹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사자인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상황 대처가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전략은 과거 '칠불사 회동'에서 얻은 학습 효과에 따른 것이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인 강혜경씨 폭로로 사태가 불거졌을 당시 개혁신당 지도부는 '각개전투식'으로 대응에 나섰다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워 여야를 불문하고 다른 당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이기인 수석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저와 허은아 대표는 수시로 이 의원에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 의원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저와 수석 대변인 등이 방송 등 여러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의혹 부분에 대해선 당사자인 이 의원의 해명이 훨씬 직접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당 차원에서 일반적인 의견을 보탤 수 있겠지만, 이번 의혹은 당사자가 밝히는 것이 직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균 최고위원도 "개혁신당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지만, 소극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이 의원 '원보이스'로 가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당 차원의 전면적인 대응 타이밍을 두고 당 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당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은 "그동안 이 의원의 직접 해명에 따라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 등 공동 대응은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검찰이 이 의원 조사를 예고한 만큼, 논의를 통해 대책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기존 대응책을 수정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지 고민이 있다"며 "이 의원에게 화살을 돌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희생양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보이니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허은아(가운데)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2 재보궐 특별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0.31. [사진=뉴시스] |
우선 당은 이 의원이 14일 6박 10일 일정의 해외 순방(G20 국회의장회의 동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을 전면적 대응 타이밍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의 해명과 반박에 당도 발맞춰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2022년 6월 경남·창원 의창 재보궐 선거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다. 이 의원은 당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전권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자신의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선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것도 공천 기준에 비춰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와의 인연을 뒷받침하는 여러 정황 증거가 드러나면서 이 의원이 이번 사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칠불사 회동'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하루 전 김 전 의원의 공천 문제를 명씨와 의논한 '카카오톡 메시지'가 검찰 조사를 통해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도 이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이 의원 역시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했던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가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4.11.08. [사진=뉴시스] |
그러나 이 의원이 공천개입에 관여했다는 확정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아 당선은 됐지만, 윤 대통령 취임 전 명씨와 나눴다는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 의원은 "윤석열 당선인이 김영선 '경선'한다던데요"라고 했다. 이후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재차 부탁한 뒤, 이 의원에게 "(윤 당선인이) 윤상현 의원(당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전화해 김영선 전략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확정적으로 말을 보태면서 윤 의원을 끼워 넣었다.
한편, 명씨 측은 이 의원을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명씨 변호를 맡고 있는 김소연 변호사(국민의힘 전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이 명씨에게 '윤 대통령의 김 전 의원 경선 언급' 메시지를 보낸 의도를 의심하며 "이준석이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의원이 명씨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더라면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통화를 걸지 않았을 것이고, '명태균 게이트' 정점으로 평가되는 '윤 대통령 음성파일' 논란도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후보였던 이 의원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영악한 불공정의 상징"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적개심을 드러낸 바 있다.
'명태균 게이트' 핵심 명태균씨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가, 지난 2022년 7월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에게 성 접대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변호를 맡았었다. 2022.07.05. [사진=뉴시스] |
개혁신당은 김 변호사가 명씨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이 의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 의원에 대한 사감을 담은 변호라고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변호인으로서 지켜야 할 공정성과 중립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만큼, 정치적 주장을 하면 할수록 명씨에게 유리한 변호보단 자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 대한 여러 의혹을 종합하면 '경선·거절'밖에 없기 때문에 공천 개입에 대한 정황은 없다고 당은 판단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의 무리한 변호가 오히려 방어권을 스스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면을 계기로 이 의원과 당 지도부, 당원들이 더욱 결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당 유력 대권후보로 이 의원 존재감이 워낙 짙기 때문에 이 의원과 당 지도부 모두 그동안 전략적으로 서로 거리를 둬 왔다. 그러나 각자도생으로 간다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당 자체가 지리멸렬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 공동의 위기감이 발동할 거라는 분석이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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