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부, 우리시대 '맨해튼 프로젝트' 될 것" 힘싣기
"연방 예산 3분의 1 삭감"…구조조정 칼바람 예고
라마스와미, 연준 90% 감축... 머스크 '해체' 지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된 비벡 라마스와미(왼쪽 사진)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신설될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53)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제약계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39)를 내정했다. 두 사람에게 미 연방정부를 구조조정할 칼을 쥐여준 것이다.
정부효율부 활동 시한은 2026년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 전까지로 못 박았다.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 되는 시점에 맞춰 트럼프 2기 취임 후 1년 6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미국 구하기’ 대개조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다. 금융·통화 정책을 이끄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도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위대한 머스크... 관료주의 해체"
트럼프 당선자는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며 머스크와 마라스와미 인선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특히 머스크를 ‘위대한 머스크’로 칭하며 정부효율부가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게임 체인저’인 핵무기를 인류 최초로 개발하는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으로 발돋움했던 80년 전 역사를 다시 한번 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에 참석해 연설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옆에서 점프하고 있다. 버틀러=AP 뉴시스 |
"연방정부 예산 3분의 1 감축" 예고
머스크는 "400개가 넘는 연방기관, 99개면 충분하다"며 대수술을 예고했다. 미국 연방기관 428개 중 4분의 1 정도를 줄이겠다는 압박이었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정부를 효율화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파산하거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아니, 관료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잇따라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에게 정부효율성부 신설을 제안하며 '막대한 낭비와 사기'를 걷어내 한 해 연방정부 전체 예산(6조5,000억 달러)의 3분의 1인 2조 달러(약 2,814조 원) 이상을 감축할 수 있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라마스와미도 지난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연방 공무원의 75% 이상을 해고하고 교육부, 연방수사국(FBI), 원자력규제위원회,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정부·기관의 200만 명이 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해고 칼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 등은 머스크가 X를 인수한 후 대량 해고를 단행해 8,000명이던 직원을 1,500명으로 줄인 점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했다.
머스크, 미 중앙은행 연준 해체 동조
세계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준 재편 문제도 큰 논란거리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모두 연방기관에서 독립적인 연준 해체론에 동조하고 있어서다.
머스크는 이날 마이크 리 공화당 상원의원이 “(연준과 같은) 행정부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며 X에 올린 글에 공감을 표시하며 공유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트럼프 당선자가 사임을 요청하더라도 사임하지 않겠다고 말한 데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라마스와미는 연준 직원을 최대 90%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현실화한다면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은 물론 국제 금융시장의 근간까지 뒤흔들 수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기간 금리 결정 등에 있어 연준이 대통령과 협의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가 아직 연준 해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지만 미국 CNN 방송은 “이제 의문은 트럼프하에서 연준이 어떻게 운영될지가 아니라 계속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일가 가족사진에 등장한 일론 머스크(오른쪽 두 번째) 테슬라 최고경영자. 트럼프 손녀 엑스(X) 캡처 |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공약했던 정부효율위원회 대신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로 부처급 명칭을 붙이면서도 “정부 외부에서 백악관에 조언과 지침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해관계 충돌’ 문제에 발목이 잡히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머스크가 공식 부처의 장관직에 오르려면 윤리 심사를 받고 테슬라 등의 지분을 신탁 혹은 매도해야 하는데 이를 피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효율부 지위는 2001년 9·11테러 조사 등에서 운영됐던 독립적 대통령 자문기구 ‘블루리본위원회’ 형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머스크가 얻게 될 권한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실제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효율부 약칭(DOGE)도 머스크가 강아지를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만든 가상화폐 ‘도지코인’(DogeCoin)에 맞춰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