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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북한군 전투투입' 첫 확인…김정은 파병도박, 푸틴 보상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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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캡처,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동부 쿠르스쿠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을 대상으로 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처음 확인했다. 이는 '북·러 연합군'의 실체가 공식화했다는 뜻으로, 파병 국면의 중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군사 관련 거래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고, 사상자 발생으로 인한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국정원은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해 전장에 배치를 완료했고,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관련 첩보와 정보를 수집,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국무부 베단트 파텔 부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1만명 이상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combat operations)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최전방 작전의 핵심 기술인 참호 클리어링(참호내 적병 등 위험요소 제거)을 포함한 기초적 보병 작전과 무인기, 화포 등에서 북한 군인들을 훈련시켰다"고 말했다.

한·미가 확인한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전장에서 실제 교전까지 이뤄졌다는 뜻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파텔 부대변인이 언급한 훈련으로 미뤄 러시아가 '백병전' 방식으로 북한 전투 요원을 전선에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쿠르스크에서 약 5만 명의 적군과 교전 중"이라고 밝혔는데, 북한군도 이에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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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우주기지를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북한군이 실제 전장에 투입됐다는 정황이 여러 경로로 드러나면서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파병과 무기 지원의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혹은 정찰위성 관련 핵심 기술을 이전해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사실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방러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는데, 이때도 구체적인 전쟁 지원 항목과 이에 따른 대가를 주고받을 '타임라인'이 논의됐을 수 있다.

특히 북·러가 미국 행정부 교체에 따른 권력 공백 시기를 겨냥해 영토 확장을 위한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선 트럼프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전 접근의 변화가 나타나기 전 파병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러시아 입장에서도 트럼프 취임 후 협상 국면 전개 이전에 북한군을 활용해 쿠르스크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고가치 기술과 외화 등 파병에 대한 대가를 챙겨놓고 종전 이후를 대비하는 게 김정은에겐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런 '파병 도박'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를 가능성도 상존한다. 북한군이 실제 전투에 투입되고 사상자가 발생하는 건 북한 내부적으로도 파급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아직도 대내 매체에 파병 소식을 알리지 않고 있는데, 내부 동요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정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보고에서 "(북한 당국은) 파병 사실 유출 확산을 의식해 내부 보안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그런데도 파병 소식이 점점 퍼지면서 '왜 남의 나라를 위해 희생하느냐, 강제 차출될까 걱정된다'는 군인들의 동요도 감지된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특수부대라고는 하지만, 대다수가 10대 후반~20대 초반에 불과한 북한군이 전장에서 '인해전술' 목적으로 활용되며 다수 사망한다면 이는 집단 탈북, 민심 이반으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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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모습. spravdi 페이스북 캡처


정부의 대응 측면에서도 북한군 '전투 투입'은 중요한 변곡점이다. 정부는 북·러 간 협력의 수위에 따라 단계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인데, 북한군이 실전에 나서는 건 '중간단계'에서 내놓을 행동의 수위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 될 수 있다.

이날 정부의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진 건 그래서 주목된다. 미 국무부가 먼저 북한군 전투 참여 사실을 확인한 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북한군의 전투 참여 여부에 대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아직 단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다 이날 저녁 국정원이 미국과 같은 정보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듯한 모양새다. 국정원이 입장을 내기 직전 나토와 협의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기자들에게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됐고 현재 말 그대로 전투 중"이라며 "이것은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조치는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동맹·우방을 중심으로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기능을 이어받아 최근 출범한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북·러 간 무기·기술 이전 동향을 보다 면밀히 감시·추적해 압박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의 우크라이나 접근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이고 독자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까지 염두에 두고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는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전문가 대담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언급하며 "북한은 물론 미국의 이해관계에 있어 수많은 함의를 가진다"며 "이 문제가 의제의 상위로 빠르게 부상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북한이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정영교·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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