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이 5월 7일 첫 시험 항해를 하고 있다. 신화통신 연합뉴스 |
중국이 핵추진 항공모함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고 미국 연구기관이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의 연구진은 최근 중국 쓰촨성 레샨 인근 산악지역을 위성으로 살펴보다 이곳에서 항공모함 등 대형 전함을 위한 핵추진 시스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이곳은 본디 중국이 핵무기용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원자로를 짓고 있는 곳으로 의심되던 곳이다. 그러나 위성사진과 함께 프로젝트 응찰 서류, 관련자 분석, 주변 환경영향 평가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중국이 이곳에서 항공모함용 프로토타입 원자로를 만들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연구소가 밝혔다.
레샨의 원자로 프로젝트는 ‘용의 위력’ 프로젝트로 불리며, 중국의 관련 문서에선 핵동력 개발 프로젝트로 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문서에선 항모 개발을 담당하는 701연구소가 대형 전함에 설치될 원자로 장비를 발주해 조달했다고 적혀 있다.
2020년~2023년 위성사진들에선 주변 집을 허물고 원자로 사이트에 연결된 수로 시설이 들어섰음을 확인된다. 여기에 함께 확보된 증기 발생기와 터빈 펌프 계약서는 이들 시설이 해군 함정용 핵추진 장치로 쓰이는 가압경수로 원자로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구진은 항모용 핵추진 장치가 언제 제작되어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진 못했다.
그동안 중국이 핵추진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는 관측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그러나 아직 공식 확인된 바는 없다. 이번 연구에 참여해온 제프리 루이스 교수는 “레샨의 원자로 프로토타입은 중국이 정말 핵추진 항모를 개발하고 있다는 명백한 첫 증거”라며 “중국이 몇 안 되는 핵추진 항모 보유 국가 클럽에 곧 가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해군은 이미 함정 370척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마다 몇백척씩을 건조하는 조선업 능력의 뒷받침을 받는 등 양적으로는 미국 해군을 앞질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미국 군 당국에서는 중국 해군의 발 빠른 전력 증강과 현대화 작업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달 말 남중국해에서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신화 AP 연합뉴스 |
중국의 핵 추진 항모 보유는 이런 중국군에 원양 작전의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핵추진 항모는 디젤 엔진의 재래식 항모보다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 또 재급유 등 중간 보급 없이 훨씬 더 오래, 더 멀리 항해할 수 있다.
카네기 평화재단의 자오 통은 “핵추진 항모는 중국군에 제1열도선 등 전략적 요충에서 더 많은 유연성과 지속성을 갖고 작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중국군이 서태평양 깊숙한 곳까지 진출해 미군의 지역분쟁 개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핵추진 항모는 전세계에서 미국과 프랑스만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부산에 입항했던 ‘시어도르 루스벨트’를 비롯해 11척 있으며, 프랑스는 ‘샤를 드골’ 한 척을 갖고 있다. 중국은 랴오닝함, 산둥함, 푸젠함 등 세 척을 보유하고 있으나 모두 재래식 항모이다.
중국 군당국은 지난 3월 네번째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핵추진 항모인지 재래식 항모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곧 발표될 것”이라며 입을 닫았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일부에선 중국의 네번째 항모가 핵추진 항모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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