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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랠리’에 환호하는 개미들···해외 증시로 머니무브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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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직후 4거래일 만에
해외투자 ETF에 2.8조원 뭉칫돈
외국주식 순자산만 2.3조원 증가
국내투자 ETF에선 1.3조원 유출
보호무역 강화에 韓산업 타격 우려
美 트럼프 수혜주 베팅에 돈 몰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 성공 직후 나흘 만에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 2조 8000억 원 규모의 뭉칫돈이 몰리고 국내 투자 상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동안 트럼프 당선인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기대가 힘을 얻으면서 미국과 국내 증시 간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주식·채권·부동산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ETF의 순자산 총액은 58조 2771억 원을 기록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 확정 직전인 5일 55조 4896억 원보다 2조 7875억 원이 더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ETF 시장 전체 순자산 총액이 163조 5117억 원에서 165조 222억 원으로 1조 5105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하면 해외 투자 ETF 자금 규모만 유독 급증한 셈이다. 해외 투자 ETF 순자산 가운데서는 주식 금액이 33조 4090억 원에서 35조 6851억 원으로 2조 2761억 원 불어나 전체 증가분의 81.7%를 차지했다.

해외 투자 상품과 달리 국내 자산에 투자하는 ETF 순자산은 외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에 따르면 국내 투자 ETF의 순자산 총액은 5일 108조 221억 원에서 11일 106조 7450억 원으로 1조 2771억 원 뒷걸음질을 쳤다. 국내 투자 ETF에서는 11일 하루에만 1조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특히 주식 순자산 규모가 38조 1599억 원에서 36조 6415억 원으로 1조 5184억 원이나 쪼그라들었다. 해외와 국내 투자 ETF 간 주식 순자산 액수 차이가 고작 4거래일 만에 4조 7509억 원에서 9564억 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최근 자금이 몰린 해외 투자 상품은 비단 ETF뿐이 아니다. 해외 투자 공모펀드 순자산도 5일 105조 2907억 원에서 11일 109조 4843억 원으로 4조 1936억 원이나 급증했다.

서울경제


증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반도체·2차전지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투자 ETF에서 해외 투자 쪽으로 자금이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11일(현지 시간)에도 미국 뉴욕 증시는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지속하며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날 코스피지수는 8월 5일 이후 석 달 만에 2500 선까지 내주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증권사들도 한국 종목 투자 ETF보다는 미국 주식 투자 상품 시장의 성장에 당분간 더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의 미국 인공지능(AI) 전력 ETF의 경우는 11일 나란히 순자산 1000억 원, 500억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운용의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 ETF’의 경우 올 7월 9일 상장 이후 이달 11일까지 넉 달 동안 무려 27.7%의 수익률을 거뒀다. 해당 ETF가 가장 높은 비중으로 편입한 미국 전력망 기업 GE버노바의 주가가 대선 이후에만 18.3%나 상승한 효과다.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가 이 ETF를 순매수한 누적 액수는 397억 원에 달했다.

신한운용의 ‘SOL 미국AI전력인프라 ETF’도 11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 3개월간 각각 21.44%, 47.77%의 수익률을 거둬 국내 AI 관련 37개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다. 개인투자자의 최근 한 달간 순매수 금액은 그 직전 같은 기간의 15배 이상 수준으로 증가해 236억 원까지 불었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와 ‘TIGER 미국나스닥100 ETF’ 순자산의 경우 6일과 7일 국내 해외주식형 상품으로는 첫 번째, 두 번째로 5조 원과 4조 원 벽을 넘어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8년 미중 무역 분쟁 때와 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가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에 부정적인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라며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인 수혜주에 베팅하는 현상)’가 현실성 여부를 따지는 국면으로 곧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이 효율적인 에너지원 확보와 노후화된 전력망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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