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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몰라도, 비트코인은 엘살바도르가 부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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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법정통화 지정 3년
조선일보

지난 2021년 11월 21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비트코인 시티’를 세우겠다고 발표한 뒤 이 나라 공용어인 스페인어로 ‘암호화폐(cripto)’라고 적힌 티셔츠를 들어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시티는 전 세계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혜택과 현대적인 인프라를 갖춘 암호화폐 전용 도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EPA 연합뉴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가격 급등으로 큰 이득을 보게 됐다. 11일 엘살바도르 대통령 직속 비트코인 사무소(ONBTC)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현재 5931.77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1비트코인 시세가 8만8000달러대를 오르내린 이날 시세에 따르면 약 5억2600만달러(약 7370억원 상당) 정도 되는 양이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를 보면 미실현 매도 이익이 100%를 돌파했다. 보유 중인 비트코인의 가치가 구매한 가격의 두 배를 넘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의 시세 변화가 생길 때마다 세계 최초로 암호 화폐를 법정통화로 도입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는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2021년 9월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결정하고 국가 예산을 동원해 매일 하나씩 비트코인을 매입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여기에 더해 지난 3년 동안 약 500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며 보유량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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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보통 국가 자산은 금이나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기에, 급격하게 시세가 변하는 고위험 자산인 비트코인을 사들인다는 결정에 대해 많은 비판이 일었다. 특히 이 결정을 내린 이듬해인 2022년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 한때 비트코인에 투자한 금액의 60%가 날아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사회가 엘살바도르의 국가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트코인 매입 중단을 권고했지만, 부켈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비트코인을 계속 사들였다.

평가에 반전이 시작된 건 올해부터다. 2021년 11월 6만7000달러를 돌파해 최고가를 경신한 이후 1만5000달러 선까지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초 급등한 것이다. 지난 3월에는 2년 4개월 만에 기존 최고가를 돌파한 것을 넘어 7만3000달러까지 뛰어올랐다. 4년 만에 돌아온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지난 4월 돌아오는 데 대한 기대감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량이 2100만개로 정해졌고, 일정 주기로 똑같은 노력으로 채굴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가진다. 시간이 갈수록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커지게 하는 설계다.

약세장에서도 꾸준히 매입해 보유량을 늘려오던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가치도 급등했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이라는 호재까지 겹쳤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5일 오전 7만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약 일주일 만에 25% 이상 뛰어올랐다. 가상 화폐 업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던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 정부는 우호적인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1일 한때 8만9000달러 선을 돌파했고, 연내 10만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I told you so)”라는 짧은 글을 올렸다. 전 세계적인 중단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한 자신의 결정이 결국 옳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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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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