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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세계 어디에도 필요한 것" 대한제강, 싱가포르에 터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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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부산기업①]
국내 철근시장 성숙기 접어들어 해외진출 필요
현지 회사와 합작경영→지분 확보, 안정적 운용
싱가포르 정부 30년 경제개발 계획, 진출 근거
편집자 주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에다 계속 오르는 인건비, 내부 수진, 글로벌 공급망 재편까지. 지역 기업은 기약 없는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으며 여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때 공장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역이용해 되레 공격적인 경영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해외 진출 부산기업은 큰 귀감을 주고 있다. 동남아시아에 터를 잡아 성공한 부산기업의 성공 노하우와 전망을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노컷뉴스

앙카사 대한제강이 참여중인 싱가포르 주요 프로젝트. 대한제강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철근, 세계 어디에도 필요한 것" 대한제강, 싱가포르에 안착한 이유
(계속)

인건비와 운영비가 비싸다. 법 적용이 엄격하다. 세계 기업의 경쟁 각축장이다. 기업 총수라면 손사래 칠만한 조건들. 바로 싱가포르 비즈니스 환경이다. 되레 이 조건을 배제한 나머지의 가능성을 본 기업이 있다. 부산에 기반을 두고 올해 70주년을 맞은 대한제강 얘기다.

대한제강은 1954년 고 오우영 창업주가 설립한 (주)대한상사에서 출발했다. 철근 제강업이 주력이다. 업계 처음으로 철근 가공 솔루션을 선보였다. 코일 철근을 생산한 것도 국내 최초다. 한 종목의 사업이 반세기를 영위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 국내 철강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자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낙점된 지역은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정부가 30년 단위의 개발계획을 안정적으로 발주하기 때문이다. 철근 수요가 연 180만t으로 안정적인 것도 매력적이다. 게다가 삼성물산, 현대건설, GS, 쌍용 등 국내 건설사가 다수의 토목공사를 진행 중이다. 수요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대한제강은 2013년 싱가포르 지사, 법인을 설립하고 소형 가공장을 세웠다. 처음은 소박했다. 국내 건설사 위주로 영업에 나서고 생산량은 월 3천t 규모에 불과했다. 2년 정도 공장을 운영해보니 고정비가 높았다. 줄이는 방안이 필요했다.

기업에게 고민은 또 다른 도전의 근거가 된다. 싱가포르를 잘 알아야 했다. 2015년 9월 로컬회사인 Lion Bee Metal과 합작 회사를 설립해 원가를 줄였다.

2019년 4월에는 40년 역사의 싱가포르 철근 가공사인 앙카사(Angkasa) 지분을 인수했다. 수주 규모를 늘리고 선조립 제품 등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안정적인 비즈니스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제강은 지분을 늘리며 목표를 단계적으로 이뤘다. 인수 시점에는 월평균 판매량이 1만t에 불과했지만, 2019년부터 올해까지 국내 기업, 일본계 건설사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 앞으로 5년 치 물량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다. 월평균 판매량 1만5천t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공장구조도 개선해 생산량을 늘렸다. 기존 창고 공간을 30% 줄이고,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배열로 바꿨다. 2019년 생산량은 월 1만t, 올해 2월 기준으로 1만5천t까지 증가했다. 50%가 늘었다. 이로인해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배당수익이 가능했다. 추가로 지분을 인수해 메이저 주주 권한을 획득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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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카사 대한제강 싱가포르. 김혜경 기자



현재 앙카사 대한제강에서 대한제강의 지분은 80% 이상. 싱가포르에서 운영 중인 공장 NO20은 1만1203㎡, NO 22(9007㎡), NO 17(4050㎡)에 이른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 센토사, 마리나베이 금융센터 등 내로라하는 굵직한 사업에 다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매출액이 1억200만 싱가포르 달러 였는데, 2022년 1억8900만 달러, 2023년 1억7500만 달러, 올해는 1억8700만 달러로 순항 중이다. 올해 영업이익률은 6.4%로 전년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장기간 경기침체, 코로나19로 경기가 최악일 때 되레 미래를 내다본 의사결정,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한 치밀한 준비, 정부의 장기 계획에 맞춘 수주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제조업의 불모지였던 척박한 싱가포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이다.

해외사업 진출 성공 요인으로 대한제강 오치훈 회장은 이렇게 꼽았다. 신뢰할 수 있는 현지 매니저먼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 현지 경영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있는 주요 경영층을 신뢰하고 그들의 경영방식에 대한 존중,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장기적으로 현지의 사회, 문화, 사업을 리드한 주재원 양성, 단계별 성장 로드맵을 고려해 현지에 공동경영이 가능한 파트너 발굴 추진, 초기 투자 시 1년 중 3개월 이상 현지에 머물러 직접 비즈니스에 나설 것.

현지 자회사 운영에 대한 실시간 위기관리와 필요한 자원은 적극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담 조직도 필요하다고 했다. 재량권에 대해 애매하면 의사결정이 늦어져 중요한 기회를 놓치거나, 위기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제강 오치훈 회장은 "우리나라 철강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도달했고, 한국에서 해오던 철근 관련 솔루션이 해외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며 "싱가포르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정부의 30년 장기 계획이 예측 가능해 수요, 공급 등 대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현지에 철근 관련 니즈, 서비스가 많은데 대한제강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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