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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vs 39.5′ MBK와 격차 벌어진 최윤범… 국민연금·일반주주 설득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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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2일 15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이 13일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회 내부에서는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현재로서는 ‘큰손’ 국민연금과 지분 6%를 보유한 캐스팅보터들의 마음을 얻는 게 최선이다. 백기사로 알려진 우호 주주들의 추가 이탈을 막는 것도 급선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3일 오전 8시 30분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가장 중요한 안건은 유상증자 철회다. 앞서 지난달 30일 고려아연은 주당 67만원에 신주 373만2650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으나, 금융감독원이 이달 6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유증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금감원은 특히 지난달 11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신고서에서 “공개매수 이후 재무구조 등에 변경을 가져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기재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공개매수 신고서를 작성할 당시 유상증자 계획을 짜고 있었음에도 밝히지 않았다면 주요 사항 누락 및 허위 사실 기재에 해당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유상증자 카드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전날 MBK파트너스가 지분 1.36%를 장내매수하며 지분율을 39.83%까지 끌어올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 백기사(한국투자증권 제외) 지분은 최대 34.6% 수준이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한 204만30주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만큼, 자사주 소각 후 기준 MBK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45.4%로 올라가게 된다. 최 회장 측 의결권 지분율은 39.5%로 추산된다. 백기사로 알려진 주주들과 국민연금이 모두 지분을 그대로 보유 중이며 이들이 최 회장 편에 선다는 전제하에 성립하는 계산이다. 소각 후 의결권 지분은 원래 43.85%대 39.5%였는데, MBK의 이번 주식 추가 취득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됐다.

더욱이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업계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에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릴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현재 고려아연이 보유 중인 자사주는 내년 4월에야 제3자에 팔 수 있는데, 예외적으로 우리사주에 팔 경우엔 매각 제한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3310억원(자사주 1.4%)에 달하는 물량을 우리사주가 소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이를 추진할 시 MBK 측에서 의결권 제한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사주를 우리사주에 파는 방안은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유상증자를 철회하면, 고려아연은 당초 계획했던 자사주 장내 매입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8월 한국투자증권과 자사주 취득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총 4000억원으로,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는 대로 신탁 계약에 근거한 자사주 매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신고하는 바람에, 자사주 취득도 못하게 된 상황”이라며 “그것 때문에라도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2 2항 제2호에 따르면, 유상증자의 신주배정에 관한 기준일 1개월 전부터 청약일까지는 자사주를 취득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자사주를 장내매수하려면 유상증자를 철회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취득하는 자사주는 소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년 4월 백기사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

IB 및 법조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 최 회장 측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자사주 소각 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지분율은 최대 8.5%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9월 말 이후 국민연금이 주식을 한 주도 팔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나온 계산이다. 일반 주주들이 보유 중인 유통 물량은 현재 발행 주식 수 기준으로 약 5.8%, 자사주 소각 후 의결권 기준으로 약 6.6%로 추산된다.

백기사의 추가 이탈은 없을 것이라는 게 고려아연 측 입장이다. 최근 한투증권이 보유 중이던 지분 0.8%를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지며 우호 주주가 더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고려아연 측은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일단 우호 주주들을 지키고 국민연금·일반 주주들의 마음을 얻어 빠르면 올해 말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MBK-영풍은 집행임원제도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및 14명의 이사 선임안을 올렸는데,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대상으로 의결권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임시주총에선 통과가 어려운 반면 이사 선임안은 보통결의 대상이어서 의결권의 2분의 1,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조선비즈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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