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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식장이 지역경제 '요람' 되는 길 [視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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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전국의 공공예식장 중 지난해 결혼식을 한건도 치르지 못한 곳은 절반에 이른다. '텅 빈' 대강당이나 대회의실만 제공한 채 예비부부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둔 게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다. '0원짜리' 공공예식장이 웨딩플레이션을 해결해줄 만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올해 10건의 결혼식을 진행한 부천시 공공예식장 '한옥체험마을'은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혼례'라는 독특함 때문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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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공공예식장 ‘한옥체험마을’에선 올해 10건의 전통혼례를 치렀다.[사진|부천문화원 제공]


전통 한옥 9채가 모여 있는 부천 한옥체험마을. 이곳은 부천시가 운영하는 공공예식장 3곳(부천 한옥체험마을·부천시청 잔디광장·청소년문화의 집) 중 한곳이다. 2011년부터 전통혼례 방식의 공공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인기가 많다. 예비부부의 시선을 끄는 건 전통혼례 방식을 최대한 재현한 프로그램이다. 그중 한개를 짧게 살펴보자.

혼례를 치르는 '혼례청婚禮廳'엔 두개의 한옥이 마주 보고 있다. 한곳은 신부집이다. 신랑은 '원앙처럼 살겠다'는 의미로 기러기(雁)를 들고 신부집을 찾는다. 전통혼례 과정 중 '전안례奠雁禮'라는 의식이다.

신랑이 전안상에 기러기를 올려놓으면 신부 어머니가 전안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는 혼례가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그 후 중앙 마당에서 본격적인 혼례를 치른다. 가족과 하객들은 반대편 한옥 대청마루에 앉아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부천문화원 관계자는 "전통혼례의 의식 하나하나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면서 "혼례를 진행하는 집례자의 설명을 듣다보면 하객들도 그 의미를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부부를 잡아끄는 매력은 또 있다. 예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옥체험마을을 통째로 대관해주는 만큼 4시간 동안 여유 있게 혼례를 치를 수 있다. 한옥 숙박도 가능해 가족이나 하객들이 결혼식이 끝난 후에도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런 메리트 덕분인지 부천 한옥체험마을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2022년 6건, 2023년 7건, 2024년엔 10건의 전통혼례를 치렀다. 지난해 공공예식장의 절반가량(83곳 중 44곳)이 단 한건의 예식도 진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작지 않다.

[※참고: 139곳의 공공예식장 중 올해 신규로 지정한 48곳과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남산골 한옥마을(이하 서울), 매헌시민의 숲, 용산가족공원 그린결혼식, 월드컵공원 소풍결혼식 등 4곳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여기에 운영을 중단한 2곳(부천 소향관·소사홀), 자료가 없다고 밝힌 2곳(경기 너른못·전남 농업박물관 모정)도 추가로 뺐다. 이에 따라 실적을 판단한 공공예식장의 수는 83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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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체험마을에선 합리적인 가격에 결혼식이 가능하지만 피로연 등 개선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사진|부천문화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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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부천시도 힘을 보탰다. 언급했듯 부천시는 한옥체험마을 외에도 부천시청 잔디광장·청소년문화의 집 등 3곳의 공공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부천시청 홈페이지에 이곳을 홍보하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부천시 공식블로그에도 운영방식과 신청방법 등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스냅촬영 코스도 연계했다. 예비부부가 신청하면 상동호수공원·부천자연생태공원·부천아트벙거B39 등에서 스냅촬영을 할 수 있다. 공공예식장을 운영하는 국립시설·공공기관·지자체 대부분이 홍보에 소극적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부천시 한옥체험마을은 공공예식장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첫째는 '준비'다. 상당수 공공예식장은 값싼 금액에 대강당이나 대회의실을 덜렁 대관해준다. 나머지 준비와 비용은 모두 예비부부의 몫이다. 이 때문에 공공예식장에서 결혼하든 민간예식장에서 혼인을 치르듯 비용 부담은 비슷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옥체험마을은 다르다. '기본 혼례비' 108만4000원(부천시민 대상)만 내면 상차림, 혼례물품 등을 제공한다. 혼례를 진행하는 집례자, 혼례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진행요원의 도움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시중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는 데 400만원, 많게는 800만원가량이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비부부로선 비용을 큰폭으로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엔 운영주체인 부천문화원의 적극적인 노력도 깔려 있다. 예컨대 '대례상大禮床'이라 불리는 혼례 상차림엔 밤·대추·사과·배 등을 풍성하게 올려야 한다. 요즘 같은 고물가 국면에선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천문화원은 이같은 가격상승이 '혼례비용'에 전가되는 걸 정책적으로 막아냈다. 지역 내 전통시장을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서다. 부천문화원 관계자는 "좀 더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 상차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공공예식장이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데 '요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공공예식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지역 업체와 협업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예컨대 피로연에서 그 지역만의 음식을 제공하거나, 결혼식을 찾아온 하객들에게 지역 관광과 연계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공공예식장을 잘 성공시키면 지역을 알리는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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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부천 한옥체험마을에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아직은 예비부부를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부천시에서 거주하는 예비부부가 이곳에서 결혼할 경우 혼례비 명목으로 40만원가량을 지급하고 있지만 선착순 5명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피로연(200명)이 가능하긴 하지만 예비부부가 외부업체를 직접 선택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테이블·의자 등도 따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제약 때문에 발길을 돌리는 예비부부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부천시가 올해부터 추진한 스냅촬영 장소 연계책도 홍보가 미흡하다. 부천아트벙거B39의 경우 영화촬영 장소로 활용할 만큼 매력이 넘치는 장소지만 이곳에서 스냅촬영이 가능하다는 걸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스냅촬영 장소를 신청한 예비부부는 아직 없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공예식장은 지금 '모델'이 필요하다. 부천시의 사례는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하는 건 지자체의 몫이다. 예비부부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와 발길을 돌리는 까닭을 냉정하게 분석하면 공공예식장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점이다." 부천시는 단점을 메우고 장점을 키워 공공예식장의 '표본'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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