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올해 -6.5%…S&P 500 지수는 26% 상승
미 정책 변화·기업이익 하향·외인 셀 반도체 ‘삼재’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리스크 관리해야”
코스피가 1% 넘게 하락하며 2530선으로 마감했다. 11일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9.49(1.15%)포인트 하락한 2531.66을 코스닥은 14.54(1.96%)포인트 하락한 728.84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60(0.62%) 상승한 1395.00원을 나타내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
또다시 코스피 2500선이 붕괴했다. 하루 새 8.77% 하락한 8월 블랙먼데이(8월 5일) 이후 처음이다. 미국 증시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비트코인과 금현물 등 각종 투자자산이 랠리를 펼치는 반면, 유독 국내 증시만 탈동조화(디커플링) 장세를 보인다. 미국 대선 종료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도 백약이 무효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하락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리스크 관리를 주문한다.
12일 코스피지수는 1.94% 하락한 2482.57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는 6.5% 하락하며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부진한 주식시장은 전쟁 중인 러시아(MOEX 지수 -10.13%)와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한 멕시코(S&P/BMV IPC -10.35%) 정도다. 미국(S&P500 25.82%), 캐나다(S&P/TSX 18.28%), 독일(DAX 16.1%), 일본(닛케이 17.18%), 이탈리아(FTSE MIB 13.15%), 호주(S&P/ASX 8.57%) 등 주요국 증시지수 대부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는 다른 자산군보다도 못한 수익률을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금 시장에서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11만7800원으로 올해 들어 36.1% 상승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7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한국증시 전체 시총(2396조 원)을 넘나들고 있다.
미국 정책 변화 우려, 기업이익 전망 부진 심화, 외국인의 셀 반도체 등 삼재가 증시를 짓누른다. 중심에는 ‘트럼프 리스크’가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관세율 인상에 따른 무역 분쟁 심화 우려가 커졌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연구원은 “미국 대선 직후 유럽과 중국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시 보복 관세로 맞설 방침을 분명히 했다”며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전세계 교역 위축은 독일(90%)과 함께 대외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한국(88%)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계 교역 위축 우려, 미국 정책 변경 위험은 국내 기업이익 전망 끌어내린다. 상장사의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동시에 하향조정돼 코스피 12개월 선행 EPS는 고점 대비 4~5% 하락했다. 원인은 주로 IT 및 이차전지 종목군에서 발생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 수정은 국내 최대 수출품목인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국내 IT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인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모든 미국향 수입품에 대한 10% 보편 관세 부과는 공포 수준이다.
관건은 반도체다. 외국인은 코스피 내 시총 비중 16%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올해 6조 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와 중국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다운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비수기인 2025년 1분기까지 반도체 가격 상승 모멘텀이 둔화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 둔화와 유동성 축소 국면을 고려했을 때 한국경기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트럼프 랠리서 소외된 한국 증시에 대해 하락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발 정책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고 주문한다. 코스피 2500선이 무너진 데에 대해 현재 밸류는 저렴한 상태가 맞지만 저가 매수로 대응하기에는 모호하다고 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많이 빠진 건 사실이다. 밸류에서 보면 현재 저렴한 상태가 맞다”면서도 “저렴하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올라가는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 센터장은 “3분기 실적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이익에 대한 추정치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데다 트럼프 당선 이후로 미국의 밸류체인에 참여하거나 수출할 수 있는 기업들이 크게 부족하다”면서 “중국 수요 부진까지 겹치면서 하락이 과도하다 느끼지만 시기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올만큼은 왔다고 느낀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시장이 걱정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을 때 관세정책의 악영향을 얼마나 받겠냐는 것인데 그 부분이 아직 명확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트럼프가 공약한 대로 보편관세와 대중국 관세 등을 가정한다면 현재 저렴한 것은 사실상 저렴한 게 아니게 될 수 있다”라면서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기보단 관세를 빌미로 해서 미국에 유리한 조건들을 요구할 텐데 이를 확인하는 데는 당연히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와 미국 증시 디커플링 해소 여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렸다. 디커플링이 최소 1년 이상 갈 수 있다는 의견과 내년 1분기 이후를 저점으로 2·3분기 상승을 이뤄내면서 점차 차이를 좁혀간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정책적 리스크가 해소되어야 하는데 굳이 시기를 따지자면 내년 1분기가 취임식이 있으니 그 이후를 보며 투자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1분기를 저점으로 2·3분기에는 상승 양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신 센터장은 “단적인 예로 2018~2019년 트럼프 1기 때 미국은 계속 상승했지만 국내는 2년 내내 하락했다”면서 “이는 내수 둔화 등 우리나라 고유의 문제가 있는데, 현재는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하락세를 받아줄 좋은 주식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디커플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투데이/권태성 기자 ( tskw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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