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돌파 후 ‘안착’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재돌파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2시 47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94.85원, 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5.9원 오른 1400.7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4.25원 오른 1399.1원에 개장했다. 오전 10시 30분께는 1403.5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7일(1404.5원)의 연고점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이날 장 내내 환율은 14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1400원 돌파 이후 안착하는 모습이다.
미국 대선이 종료되고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환율은 장중 1400원대를 재차 터치했다.
‘트럼프 트레이드’에 달러 강세
트럼프 당선인이 2기 내각을 본격적으로 조직하기 시작하면서 달러화를 미리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또한 주변 교역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과 재정 적자 확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점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울러 미국 하원의원 선거 개표가 막바지에 들어선 가운데 공화당이 과반수 확보에 더 근접하자 ‘레드 스윕’(Red Sweep)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2시 48분 기준 105.61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4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300억원대를 팔고 있다.
1400원대로 올랐지만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도 크지 않다. 향후 환율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앞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시대가 열렸을 때 관세 부과 등으로 인해 1400원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로 인해 네고도 확연하게 많이 나오는 흐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400원, 트라우마보단 ‘유연성’ 필요
‘환율 1400원’은 한국 경제에 트라우마를 불러오는 환율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경기의 불안 리스크가 확산하던 시기와는 다르다.
현재의 환율 1400원을 대하는 외환당국의 모습도 사뭇 다르다. 지난 4월 중동 리스크로 인해 환율이 1400원을 터치했을 때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2년여 만에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추가 상승을 막았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 급등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의 1400원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며 “지금의 환율 수준은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1400원이면 전에는 당국 개입이 나올 법도 했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외의 다른 나라들도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개입을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연말에 환율이 쉽사리 내려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연말 평균 환율을 1340원에서 1370원으로 상향했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이전 1200원이 하던 심리적 저항선 역할은 1300원이 새로운 스탠다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1400원이 담당하고 있다”며 “2022년에도 1400원이 완전히 무너지고 난 후 1440원대까지 무혈 입성했던 선례가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롱(매수) 심리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속도조절에 적극적으로 임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환율은 1400원대 안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출범을 전후해 당분간 강달러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음을 고려할 때 1400원 안착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지만, 이를 또 다른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1400원 환율에 지나친 경계감보다는 환율 정책의 유연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