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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새앨범 낸 이승윤 “최고의 빈정거림으로 역성을 쓰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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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6개월 만의 정규 3집 ‘역성’ 발매
호명되지 않은 이들에게 귀 기울여
헤럴드경제

이승윤 [마름모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영영 위대하소서, 영원히 눈부시옵소서, 허나 하나 청하건대 다 내놔.” (이승윤 ‘역성’ 중)

1년 6개월 만에 낸 새 앨범 ‘역성’ 중 이승윤이 꼽은 ‘최고의 문장’이다. 그 뒤로, “처박혀버린 얼, 처박힌 이름, 처박힌 리듬, 짓밟힌 넋, 소리를 잃었던 리듬, 도리를 잃었던 이름을 내놔”라는 노랫말이 따라온다. 작사를 할 때마다 늘 ‘고유의 문장’을 생각한다는 이승윤의 고유성을 각인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빈정거림이랄까요.”

툭 던지는 말 한마디에 짓궂은 장난기, 그것을 비집고 혁명의 불씨가 피어난다. “부조리와 불합리가 세간의 당위성을 입고 입 밖으로 나올 때 돌려깔 수밖에 없지 않나요?” 반항과 저항 사이, 가깝고도 먼 두 단어의 간극 안에 이승윤의 사고가 켜켜이 쌓여 하나의 음반으로 나왔다.

‘역성(易姓)’, ‘나라의 왕조가 바뀐다’는 뜻의 이 단어와 완벽한 짝을 이루는 것은 바로 ‘혁명’. 그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가 모든 것을 거스르는 내용이구나, ‘거스른다는 것’을 함축하는 게 역성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물론 이 안엔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를 지지해준다는 또 다른 의미도 담고 있다 .

정규 3집 ‘역성’의 준비 기간은 길었다. 앨범엔 동명의 타이틀곡과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까만 흔적’ 등 총 15곡이 담겼다. ‘폭포’, ‘폭죽 타임’, ‘검을 현’ 등 지난 7월 선공개한 노래들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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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마름모 제공]


이승윤은 이 음반엔 “나의 고유함이 270% 정도 들어갔다. 시대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개인에게 완벽한 고유함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내가 인지하는 것,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앨범을 내놓으며 소개글에 ‘비겁한 저는 노래를 합니다. 아마도 노래 뒤에 끔찍이 숨을 겁니다. 다만 조금은 직설적인 앨범을 내봅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스스로를 “줏대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막상 할 용기는 없는 사람이자 현실주이자이면서 이상주의자인 모순적 사람”이라며 “‘갈 지(之) 자로 뻗어가는 내 마음을 너무 둘러대지 말고 그대로 담아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거스른’ 앨범엔 ‘잡음들의 이야기’가 채워졌다. 주요 멜로디가 아닌 ’잡음‘으로 불리는 세상의 단역들, “전시되고 호명되지 않는, 거론되지 않는 이름들”이 마음껏 감정을 발산하길 하라는 마음을 노래에 채웠다.

이승윤은 지난 2013년 ‘오늘도’를 발표하며 데뷔했지만, 그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까진 8년의 시간이 걸렸다. 2021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우승한 이후 가수로서 재평가되면서다. 팝, 록, 어쿠스틱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자기색으로 체화한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고, 어딘가 삐딱해도 틀린 말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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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마름모 제공]


그의 음악을 관통한 주제는 ’무명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시선을 오가면서도 꽤 중요하게 이승윤을 파고든다. 그는 “개인의 삶, 아픔, 행복에 관해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그 누구도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다”며 “스피커에 대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순간에는 용기를 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전 무명이라는 단어를 선호하진 않아요. 다만 저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저 역시 그런 삶을 살았어요. 어느덧 제 이름을 연호해 주는 삶을 살다 보니 이름이 불리기 위해선 많은 분들의 수고와 도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작자로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이름이 불려지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귀 기울임은 있어야 하죠.”

지난 3년간 그는 세 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지난해엔 음악인으로서 주체성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무력한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느꼈던 무력감이나 좌절, 분노를 음악으로 해소해왔다”며 “그 동력이 내겐 음악이었다”고 했다. 모든 동력을 쏟아부어 완성된 ‘역성’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나 높다. 그는 “스포츠계엔 5연패를 달성하는 위대한 팀도 있지만, 단 한 번의 승리로 회자되는 팀도 있다”며 “앞으로 ’역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스스로는 ’역성‘이라는 앨범을 만든 가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음악계에 저항하고, 기존의 음악을 거스르며 ‘역성’의 불씨를 키워온 이승윤이 바라는 20년 뒤는 어떨까. 다시 그의 눈에 짖궂은 진심이 찾아왔다. ‘역성’을 꿈꾸는 세대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땐 제가 역성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전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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