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 변호인 "이준석 메시지 보고 尹에게 전화"
“'김영선 경선한다'고 해서 尹에게 확인" 주장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8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창원=뉴스1 |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물증으로 떠오른 이른바 '2022년 5월 9일 전화 통화'와 관련해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의원이 같은 해 6월 재보궐 선거 전략공천 대상이었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놓고 의도적으로 훼방을 놓는 바람에 대통령 취임식 전날,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문제의 통화'를 하게 됐다는 것이다.
명씨 측 변호인인 김소연 변호사는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2022년 5월 9일 0시 20분쯤 이 의원이 먼저 명씨에게 '윤(대통령)이 김영선 경선하라고 한다던대'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당시 김 전 의원 예비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으로 있던 명씨가 당일 오전 10시쯤 윤 대통령과 통화를 해서 (김 전 의원의 공천 여부를) 확인한 것이고, 해당 통화 녹음이 바로 더불어민주당이 폭로한 녹음"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맨 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통화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화 시점은 윤 대통령 취임 하루 전이자 재보선 공천 확정 발표 하루 전인 2022년 5월 9일이다. 고영권 기자 |
대통령 취임식 전날 명씨와 통화한 배경은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 공천에 개입한 물증을 확보했다며, 윤 대통령과 명씨가 통화한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통화는 윤 대통령 취임과 국민의힘 재보궐 선거 공천 명단 발표 바로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이뤄졌는데,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답했고, 김 전 의원은 다음 날 공천이 확정됐다.
명씨 측은 이 의원이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해 김 전 의원의 경선이 불가능했음에도 명씨에게 윤 대통령의 의사를 사실과 다르게 전달한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 의원이 (5월 9일) 새벽에 당시 당선자 신분이던 윤 대통령을 콕 찍어 '김영선을 경선하라고 한다던대'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실 다음 날인 10일 오전 9시에 공천 결과 발표가 예정돼 경선 자체는 시간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윤상현이 중간에서 김영선 공천 훼방"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 변호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이어가며 "이 의원이 갑자기 경선하라고 하니까 김 전 의원 선거 캠프에서는 얼마나 불안했겠느냐"면서 "(명씨가) 윤 대통령과 소통을 안 했던 사이가 아니니까 일정 기간 (연락이) 단절됐지만 당사자에게 (공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도 하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의원이 명씨에게 카카오톡을 보낸 사실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물증으로 제시가 됐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이 의원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했다. 또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서도 "공관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이 중간에 훼방을 놨다고 명씨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윤 대통령과 명씨의 음성 통화가 공개된 직후 대통령실에서 "당시 윤 당선자는 공관위로부터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 공천 결정권자는 이 의원(당시 당대표)과 윤 의원(당시 공관위원장)이었다"고 해명한 것을 즉각 반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대통령이 공관위로부터 보고를 받는 줄도 알지 못했고, 또 후보 측 관계자(명씨)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매일 명태균에 의견 구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첫목회 주최 초청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첫목회는 국민의힘 3040세대 소장파 모임이다. 뉴시스 |
김 변호사는 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매일 명씨에게 의견을 구하던 관계라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줄곧 명씨와의 친분 관계를 부인해 왔다. 김 변호사는 같은 라디오방송에서 "김 위원장이 거의 (명씨에게) 매일 의견을 구하던 관계"라면서 "심지어 2022년 지방선거 때 대구시장 선거 관련해서 검찰이 제시한 카카오톡 메시지 중에서 '김재원(국민의힘 최고위원)하고 유영하(국민의힘 의원)가 (대구시장 후보) 단일화를 할 것 같냐, 명 박사 어떻게 생각해' 이런 것들을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