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
'중국에 60% 관세'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의 이커머스 환경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판로가 막히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한국에 통합물류창고를 설립하는 등 외연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판매자 모집을 위해 '수수료 제로(0)'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향후 국내시장에서 선전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관세 사랑'에 알리, 내년 평택에 물류창고 검토
트럼프 집권 2기 경제 정책의 핵심은 '관세'다. 미국 우선주의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전 유세 현장에서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란 단어다. 나는 관세를 정말 사랑한다"고 밝혔을 만큼 관세를 경제 문제의 만병통치약으로 활용할 태세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기본 관세를, 중국산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집권 1기 당시 중국 상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 내수 침체에 빠진 중국 입장에서는 자국 물건을 미국에 수출하기 더욱 어렵게 됐다.
미국 판로가 막히게 되면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등 C커머스들은 결국 한국에 사실상 '올인'할 가능성이 크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내년 초 삽을 뜨는 것을 목표로 한국에서 18만㎡(약 5만4천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 부지를 찾고 있다. 예상 투자금은 3천억원 정도로 현재로선 평택항 인근 부지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알리익스프레스 캡처 |
업계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가 내년부터 한국시장 비중을 훨씬 본격적으로 확대할 것 같다. 지난 9월 알리가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 발표를 했던 것도 통합물류센터 설립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셀링은 알리익스프레스의 역직구 프로그램을 말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달 한국 판매자(셀러)들이 해외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공식 출시했다. 판매자를 모집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향후 5년간 '수수료 0%'와 '보증금 0원' 정책까지 내걸었다.
결국 중국 제품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동시에, 한국을 거점으로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로 상품을 재수출해 중국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그만큼 한국산 제품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made in china(중국산)'라고 해도 제3국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물건이 직접 오는 것보다 한국에서 오는 것이 더 경쟁력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중국산 물건이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관세폭탄'도 피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C커머스, '수수료 0' 언제까지 유지할지가 관건
연합뉴스 |
국내 유통업계는 비상이다. 자칫 중국에 내수를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팀은 "중국이 미국향(向) 수출을 제3국으로 돌림으로써 한국 내 중국산 수입 확대 및 3국 시장에서의 경쟁이 격화할 우려가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덤핑 공세가 더욱 심해져 가격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내수 및 수출 위축이 불가피하고 산업 기반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실제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쿠팡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3203만2천여명으로 전달 대비 0.2% 감소한 반면, 알리익스프레스는 3.4% 증가한 904만9천여명으로 집계됐다. 또 다른 C커머스 테무도 679만5천여명으로 전달 대비 3.3% 증가했다.
결국 현재 '수수료 제로(0) 정책'을 펴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 등이 향후 국내에서 선전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판매 수수료를 낮춰 경쟁에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위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서 "알리익스프레스가 향후에도 오랜 기간 '수수료 0원' 정책을 이어간다면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도 수수료를 낮춰야 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커머스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판매 수수료가 줄어들어 국내 셀러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