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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인상 못 피할 바에야 ‘이것’이라도 챙겨야”…외교·안보 전문가 3인의 묘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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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연료 재처리 권리 확보해
한미관계 이익균형 맞춰야

비용 갈등에 동맹 흔들리면
美에 몇백배 큰 손해 설득을

양국 간 국익 공통분모 키워
트럼프 우선순위에 들어가야


매일경제

한미 연합 KCTC 훈련 참가한 장병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린치핀(linchpin·핵심축).

수레에서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를 가리키는 단어다. 역대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 중요성을 ‘린치핀’에 비유해왔다. 미국은 2019년 7월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방한 결과를 설명하며 “한미 정상은 강력한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의 ‘린치핀’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11일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매일경제 지상좌담에서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한미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이를 통해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 한미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 한미관계의 불안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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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 “즉흥적 정책 결정 가능성이 높고 모든 것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며 개인적인 인간관계를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미관계도 거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한미관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복수의 트럼프 1기 행정부 참모들은 회고록 등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재임 시기에 ‘돈이 많이 드는’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서울과 워싱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구축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확대 △한미연합 군사훈련 강화 등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재검토하거나, 지속하더라도 버거운 청구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윤영관 전 장관은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 측에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에 전략적, 경제적으로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 설득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로 동북아 정세에 혼란이 발생할 경우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상황은 미국의 경제적 이득을 상당히 침해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도 미국이 인태 지역에서 전략적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한국과 협력이 필수 요소라는 점을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주지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 전 수석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맡게 될 인사는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미 확장억제의 중요성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는 중국 견제에 관심이 많은데,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없이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천 전 수석은 정부가 전방위적인 대미 설득과 여론조성을 통해 방위비분담금 등 여러 한미동맹 이슈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오준 전 주유엔대표부 대사 역시 “한국으로서는 예산(방위비분담금) 차원의 문제 제기를 불식시키고 강화된 한미 안보협력 태세를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국익에 우선한 대미 외교기조를 주문했다. 오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전략 우선순위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양국 간 국익의 ‘공통분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인 셈이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은 이번 지상좌담을 통해 정부가 기민하고 유연한 자세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의에 나서 명분과 실리를 적절히 교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천영우 전 수석은 향후 인태 지역 안보와 관련해 한국의 역할을 더 확대할 각오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를 좀 더 받아 내려다가 (동맹 약화로 인해) 몇십 배, 몇백 배 손해가 날 수도 있다는 점을 트럼프 당선인이 알게 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영관 전 장관은 “상인적인 현실 감각이 우리 외교안보팀이 갖춰야 할 대단히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사꾼 기질이 다분한 트럼프 당선인과 줄 것은 적절히 주고서 받아 낼 것은 받아내는 식으로 추가적인 국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의 경우에는 적정 수준에서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 기타 이슈에서 우리 측 희망사항을 반영하는 식의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한국이 미국에 중요하게 요구했던 연료용 핵연료 저농축 능력과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관련된 권리를 확보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준 전 대사는 “무조건 우리가 주둔비용을 추가로 내는 것만이 주한미군 철수를 막을 해법이라는 이분법적 대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외교에서는 어느 국가든 필요하고 아쉬운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니,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 융통성 있는 대처가 가능한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담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이후 주한미군 조정·감축, 또는 철수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면 충격을 줄일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천영우 전 수석은 “향후 미국이 주한미군 문제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정도와 주한미군 규모를 연동하는 식의 대안을 제시해 대응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주한미군이 줄어들어 힘의 균형이 어그러지는 사태는 오히려 역내 안보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하기 때문에 적절한 ‘안전판’을 두자는 이야기다.

그는 한미가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며 국내에서 미국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독자 핵무장 목소리가 끓어오르지 않도록 양국 모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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