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따른 긴장이 높은 한반도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확정되면서 한국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인들은 트럼프 1기 때 견뎌야 했던 ‘롤러코스터 외교’의 기억을 떠올리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롤러코스터 외교’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집권 당시 김 위원장과 서로 호전적 언사를 주고받다가 3차례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대화가 결렬되며 북핵 문제가 결과적으로 더 악화한 상황을 뜻한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시기 김 위원장을 3차례 만났다. 2차례는 북미 정상회담이었고, 1차례는 2019년 당시 판문점에서 회동했다.
NYT는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핵 긴장이 높은 한반도에 불확실성을 가져온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는 이런 틈에서 다시 관계 개선의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실화하면서 일부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정부 출범 뒤 한국에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를 내세워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릴 것을 압박하고, 김 위원장과는 다시 ‘브로맨스’(연애를 방불케 하는 남성들간의 깊은 교감)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NYT에 “한미관계가 폭풍으로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김정은과 트럼프가 러브레터를 다시 주고받는 것을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북한은 트럼프 1기 정부 때보다 훨씬 더 커진 협상력으로 무장한 채 미국과 다시 대화 테이블에서 마주하게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
북한은 그사이 핵 개발 프로세스를 진척시키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능력을 크게 확장한 데다, 올해는 러시아와 상호방위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까지 맺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NYT에 “이번에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지난 회담들에서의 굴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엄격한 선결 조건을 제시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이번 대선에서 대승을 거둔 데다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머쥐며 정치력이 1기 때보다 훨씬 더 커진 가운데 두 번째 임기를 맞게 된다.
양측이 각자 더욱 커진 정치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수 싸움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NYT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면 김 위원장은 장거리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동결과 핵무기 제한의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와 주한미군 감축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핵무기의 폐기가 아닌 제한일 것”이라면서 이는 수십년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추구해온 미국과 우방국들의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동맹을 거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 역시 한국이 다시 직면한 숙제이다.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내야 한다고 언급해온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 측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노골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트럼프 측의 입장은 한국 일각의 핵무장론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NYT는 관측했다.
NYT는 “트럼프는 더 많은 한국인들로 하여금 자국 방어를 위해 얼마나 더 동맹에 의존할 수 있을지, 또 대북 억지를 위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