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상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지난 7일 원자력연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과학언론인 아카데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단은 올해 하반기 양성자가속기를 24시간 시범 운영하고 있지만 양성자가속기 빔 이용 신청 경쟁률이 지난 2017년 1.37대 1에서 올해 4.17대1로 치솟아 국내 기업을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성자가속기는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를 가속한뒤 물질과 충돌시켜 새로운 물질을 생성하거나 물질 영향을 평가하는 장치를 뜻한다. 속도(에너지)에 따라 양성자와 물질의 반응 현상을 이용하는데 반도체 부품의 검증을 위한 목적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우주산업에서 달·화성에서 쓸 발전원으로 원자력전지 등이 주목받아 원자력 기술의 활용성이 커지고 있다.
양성자가속기.(사진=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
반도체 기업 수요 감당하기 부족해 해외로
양성자가속기과학연구단에 연구분야 별 수요 중 반도체·재료 기업 수요는 양성자가속기의 가동시간 중 46%에 이른다. 이는 대기·우주방사선 시험에 앞서 지상에서 미리 시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실제 우주나 대기에서 방사선이 발생하면 인공위성, 슈퍼컴퓨터, 자동차, 이동통신 등에 문제를 끼칠 수 있다. 대기방사선의 영향으로 자동차 급발진이나 통신중계기가 고장날 수 있다.
우주방사선의 영향에 따라 지난 2022년 스타링크 위성 40개가 추락한 것과 같은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반도체 기업들의 내방사선 시험이 필수적인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반도체의 내방사선을 시험할 수 있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 표준에 등재된 시설은 양성자가속기 밖에 없다.
이에 미국, 일본, 중국 등 과학기술 강국들은 최첨단 양성자가속기 시설을 지어 기술패권 경쟁에서 자국 기업들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우주용 전자부품에 대해 200메가전자볼트(MeV) 양성자 영역의 시험을 권장하고 있고, 동작환경에 따라 500MeV 규모 시험을 하도록 한다. 우리나라는 최대 100MeV만 가능해 성능이 이보다 부족한데다 그마저도 빔이용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재상 양성자가속기과학연구단장은 “양성자가속기는 우주부품 시험, 반도체 소자 시험,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 측면에서 중요한 과학시설”이라며 “과학기술 강국들이 전략기술을 보호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빔 시설 추가 투자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연구협정 대비 연구도 추진
원자력 기술은 최근 우주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달·화성 등 심우주 탐사용 발전원으로도 활용도가 커지는 추세다. 화학에너지와 태양광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우리나라 우주청이 개청하고, 미우주항공우주국(NASA)과 ‘아르테미스 연구 협정’이 체결돼 다양한 분야 우주 타당성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원자력전지는 유력한 협력 분야중 하나다.
특히 우주 원자로 관련 국제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고순도저농축우라늄(HALEU) 활용 가능성이 열리면서 우리나라가 원자력전지를 개발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원자력연 히트파이프 원자로 설계기술을 확보하는 등 원자력전지 개발을 위한 핵심 기술들도 개발하고 있다.
김찬수 원자력연 선진SMR기술개발부 박사는 “핵분열발전시스템은 대부분의 기반 기술이 개발됐고, 향후 SMR 개발을 통해 개발되는 기술의 우주 원자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2030년대 중반 달기지용 전력원 공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우주 탐사 전략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