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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주민들 어쩌나…'트럼프 변수'속 카타르마저 휴전중재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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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외무부 "중재노력 중단…양측 의지 보여야 재개"
직접 소통 거부하는 하마스·이스라엘간 이견 조율 핵심채널 사라져
트럼프 "전쟁 멈추려 노력하겠다" 말하지만…구체적 방안 안 밝혀 추측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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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장벽 주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는 가자지구를 구경하는 이스라엘 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미국의 중동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가자전쟁 핵심 중재국인 카타르마저 휴전협상 중재 노력을 사실상 포기했다.

카타르 측은 부인했지만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카타르에 장기체류해 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고위층들에게 출국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이면서도 하마스의 신뢰를 받는 특수한 위치로 주목받았던 카타르가 더는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미 14개월째에 접어든 가자전쟁 종식을 향한 희망은 갈수록 요원해지는 모양새다.

카타르 외무부는 현지시간으로 9일 성명을 내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을 중재하려는 카타르의 노력은 현재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카타르는 다만 가자전쟁 중재에서 완전히 철수했다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으며, 당사자들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의지와 진지한 자세"를 보인다면 복귀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또, 카타르 측이 하마스 당국자들에게 국외퇴거를 요구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도 부정확하다며 그런 통보를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소통을 거부하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를 오가며 이견을 조율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 온 카타르마저 뒤로 물러서면서 양측이 휴전에 합의해 전쟁을 멈출 가능성은 더욱 멀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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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음식을 나눠받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협상은 지난 수개월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 전면 철군과 전쟁 종식을 주장하는 하마스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이 억류 중인 인질 97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이 좀처럼 입장을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그린 결과다.

결국 카타르 측은 "양측 모두 (휴전을 하려는) 의지가 충분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익명을 요구한 현지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당장 전쟁을 멈출 경우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하마스 입장에서도 전쟁이 길어지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 수가 늘어날수록 이스라엘은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고, 막대한 전비 지출로 국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가족과 친지를 잃고 분노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극단화하면 전쟁 전까지 영향력이 약화하는 추세였던 하마스에 새 피가 수혈될 수도 있다.

카타르의 중재 중단 선언은 미국 대선 이후 가자전쟁 향배가 안갯속에 빠진 가운데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 종전을 퇴임 전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중재에 공을 들였지만 휴전협상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고,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패하면서 추진력을 잃게 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일단 가자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8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통화를 하고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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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오른쪽)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지난 7월 방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을 총리를 만나기 직전에도 "이스라엘은 이것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자신이 취임하기 전까지 전쟁을 끝내길 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는 원칙론을 거듭 밝혔을 뿐 종전을 위한 구상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았다.

다만 집권 1기 때 친(親)이스라엘 중동 정책을 폈던 전력을 고려하면 중동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 편향적인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네타냐후 정부가 강경 일변도 정책을 밀어붙이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다가 내년 1월 취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 등을 성사시켜 새로운 중동질서를 정립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타르 도하의 싱크탱크 중동국제문제협의회의 아흐메드 무르시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가 "중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휴전이나 일시적 평화협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팔레스타인인을 위한 조건을 개선하거나 팔레스타인 국가를 향해 의미 있는 길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가자지구에서는 9일에도 16명의 주민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는 등 인명피해가 커지고 있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민간인과 외국인, 군인 등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50여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멸시키겠다며 전쟁에 나섰고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4만3천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마스 무장대원까지 포함한 숫자이지만 유엔은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미성년자 등 무고한 민간인인 것으로 파악한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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