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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가자 휴전 중재 중단···양측 모두 협상 의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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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를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중재자 역할을 해온 친미 아랍국가 카타르가 휴전협상 중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휴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카타르 외교부는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현재 협상이 중단된 상태라며 “열흘 전 마지막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재 노력을 중단하겠다고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호관계이면서도 하마스의 소통 창구 역할을 했던 카타르마저 물러난다면 휴전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타르는 “당사자들이 잔인한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와 진지함을 보여준다면 파트너들과 함께 중재 노력을 재개하겠다”며 이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뒀다.

앞서 서방 언론들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카타르가 협상 중재에서 빠지기로 했으며, 미국의 압박으로 카타르 도하에 있는 하마스 정치국 사무소를 폐쇄하고 떠나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협상안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미국 정부가 카타르 정부에 하마스 추방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타르는 추방 계획을 부인했다. 카타르 외교부는 “(하마스) 카타르 사무소의 주요 목표는 당사자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되는 것이며, 이전 단계에서 (일시) 휴전을 달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카타르 정부로부터 도하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카타르는 미 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동지역 내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미국이 이 지역 현안에 개입하거나 이란, 탈레반 등 적대 세력을 상대할 때 소통 창구 및 협상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하마스는 카타르와 미국 정부의 합의 아래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이곳 사무소가 서방과의 대화 채널로 활용돼 왔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가 중재해온 휴전 협상은 수개월째 교착 상태다. 미국은 지난달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폭사하자 미국 대선 전 휴전을 성사시키기 위해 협상에 속도를 내왔으나 결국 실패했다.

하마스는 이집트가 제시한 이틀간의 단기 휴전 및 인질 4명 석방안을 거부하며 여전히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철군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올해 내내 협상의 주요 국면마다 새 요구 조건을 내걸며 협상을 무산시켜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 5일 해임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안보 각료들의 거듭된 건의에도 휴전 및 인질 석방을 거부해왔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하마스의 도하 추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내년 1월 임기 종료 전 어떻게든 휴전 성과를 내기 위해 압박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카타르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지도부를 연이어 잃은 하마스가 실제 도하에서 추방되는 상황에 몰린다면 다음 근거지는 튀르키예가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자 팔레스타인처럼 수니파가 다수이며, 하마스에 우호적인 튀르키예가 새로 중재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오사마 함단 등 하마스 주요 인사들이 이스탄불에서 한 달 이상 머문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하마스의 ‘뒷배’인 이란이 하마스의 다음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와르의 전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난 7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되는 등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한 데다, 이란에선 서방과의 외교 채널도 유지할 수 없다.

하마스는 최근 몇 개월 사이 하니야와 신와르 등 최고 정치 지도자가 연이어 암살당하자 후임자 지명 없이 집단지도체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그간 전쟁 중단을 압박해온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지난 5일 대선에서 패배하자, 더욱 과감하게 가자지구와 레바논을 맹폭하며 전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 대선 당일 ‘눈엣가시’이자 내각 내에서 유일하게 쓴소리를 내온 갈란트 장관을 해임했고,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소탕하겠다며 고강도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권 교체가 확정되자 그간 부인해온 가자지구 북부 ‘굶겨 죽이기’ 작전을 처음 시인하며 전쟁 범죄를 노골화했다.


☞ 이스라엘, 가자 ‘굶겨죽이기 작전’ 인정···미 정권교체에 ‘전쟁 범죄’ 노골화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1107143000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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