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7월 1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선 유세 도중 총격으로 오른쪽 귀를 다친 뒤 경호 요원들에게 둘러싸여 연단을 내려오면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현실에선 킬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미 정부가) 각본가들을 동원해 3류 코미디를 제작하고 있다. 정신이 멀쩡하다면 과연 누가 암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이란에 앉아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온라인으로 대화한다고 믿겠는가”라고 적었다.
이는 미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이 이란에 거주하는 파르하드 샤케리(51)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로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지난 8일 그를 기소한 데 따른 대응이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샤케리는 FBI와 가진 5차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9월 이란 혁명수비대로부터 자신들을 대신해 진행 중인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트럼프 당선인을 감시하다가 그를 암살하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10월 7일 이란 혁명수비대 간부와의 회동에서 일주일 안에 암살 계획을 제출하고,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다면 미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 계획을 중단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문서에는 샤케리가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에게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밝힌 내용과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 암살하는 것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 트럼프 당선인 외에도 미국의 전·현직 관리들이 암살 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미 뉴욕 출신인 칼라일 리베라(49)와 조너선 로드홀트(36)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암살 모의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구금됐다. 세 사람은 각각 청부 살인, 청부 살인 공모, 자금 세탁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샤케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남성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강도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뉴욕주 교도소에서 14년 복역했다. 2008년 형을 마치고 미국에서 추방됐으며 현재는 도주 중에 있다. FT 등은 그가 아직 이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 검찰의 주장은 대선 종료 이후 미 정부가 새롭게 만들어낸 시나리오라고 아락치 장관은 비판한 것이다. 그는 오히려 지난 7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란 대통령 취임식 직후 암살을 당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누가 왜 그랬는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락치 장관은 그러면서 “미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이란은 (미 국민들이) 그들의 대통령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한다. 앞으로의 길 역시 선택이다. 이는 존중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 양측 모두에게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 일방통행이어선 안된다. 이것이 고려할 가치가 있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미 수사당국의 움직임은 양국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기 위한 이스라엘 연계 세력의 음모라고 거들었다. 그는 “이란이 전현직 미국 관리를 겨냥한 암살 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주유엔 이란대표부는 관련 논평을 거부했으며, 트럼프 당선인 측도 아직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