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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승 “헬스장 보증금 한푼도 못 받았는데”... 경찰은 왜 사기는 아니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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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
[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조선일보

헬스 트레이너 겸 방송인 양치승. /유튜브


지난 4일 연예인 헬스 트레이너로 유명한 양치승이 유튜브로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했다. 자신의 헬스장 임대인을 전세 사기로 고소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4억원을 빌려서 헬스장에 투자했는데, 헬스장 전세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나는 처지가 되었다고 했다. 헬스장 영업을 중단한다면, 회원들에게 회비도 반환해야 한다. 쫄딱 망했다고 느낄 수 있고, 사기를 당했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은 사기가 아니라고 한다. 양치승 입장에선 너무 억울하다. 왜 이럴까?

◇임대인이 전세금을 안 돌려줬는데 사기 아니다?

Q. 경찰은 헬스장 건물 임대인(개발업체)이 사기 칠 의도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하는데, 전세금 안 돌려줬다면 사기는 맞지 않나요?

A.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인은 큰 손해입니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면, 전액을 손해본 거죠. 임대인이 나쁜 놈이고, 사기꾼이라고 생각함이 일반인의 정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형법은 좀 다릅니다. 사기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기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고의로 사기를 저지른 경우만 처벌합니다. 사기 고의가 없다면? 처벌 못합니다.

단순히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사기로 처벌하기에 부족합니다. 예컨대, ▲임대인이 전세금을 받아서 친구에게 사업자금으로 빌려주었는데 ▲친구가 사업이 망해서 이를 못 갚았고 ▲이로 인해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했다면, 이를 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사기가 아니라는 것이 수사·재판 실무입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생각으로 ▲또는 전세금을 돌려줄 능력도 없이 전세금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사기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거죠. 고의가 없었다면, 아무리 큰 피해를 입혔어도, 사기는 무혐의입니다.

◇”10년 돈 많이 버세요”라는 임차인…계약 연장 가능성?

Q. 계약 당시 임대인이 “10년, 20년 돈 많이 버세요”라고 했다면, 사기 고의가 있는 건 아닌지요. 양치승은 고의 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A. 사기는 피해자를 속이는 범죄입니다. 여기서 무엇을 속였다는 것인지 특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말로 속였다고 볼 수 있는지, 고의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10년, 20년 돈 많이 버세요”라는 말은 임대인이 오랫동안 전세 계약을 연장해줄 의사나 능력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양치승에 따르면, 그가 전세를 얻었던 헬스장 건물은 임대인이 신축해서 강남구청에 소유권을 넘기되, 20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던 건물이라고 합니다. 양치승과는 2년 임차 계약을 맺은 뒤 2년씩 자동 계약하기로 되어있었다고 하고요. 전세계약 당시 임대인의 무상 사용권리는 3년 10개월 남았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임대인이 오랫동안 전세 계약을 연장해줄 수 없었던 거죠. 양치승은 이런 점에서 ‘오랫동안 전세 계약을 연장해줄 것처럼 속였으니 사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세 사기에서 임차인을 속였다고 볼 것인지 여부는 임대인의 한마디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거래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흥정을 하고 매물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부풀리고 포장하기 마련입니다. 이러면 사실과 다른 거짓말이 일부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를 모두 사기로 처벌하면, 거래 과정에서 ‘조금만 사실과 다른 말을 했어도 사기’로 처벌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러면, 거래가 불가능해집니다. 또한, 거래 당사자들은 상대방의 과장을 감안해서 거래 판단을 함이 통상인데, 사기로 처벌할지를 결정할 때 이 또한 감안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사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수사·재판 실무에서는 통상 거래상의 ‘중요’ 사실, 곧 ‘거래 여부나 거래 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속인 경우 사기가 된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판례도 같습니다.

따라서, “10년, 20년 돈 많이 버세요”라는 말이 양치승을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볼 것인지 여부는 ▲전세 계약 기간이 전세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 ▲전세 계약서 내용 ▲계약 경위 및 전후 사정 ▲전세금을 주지 못하는 이유 등을 종합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무엇을 속았다는 것인지 특정하고, 속았다는 부분이 전세 계약상의 중요 사실인지를 살펴야 하는 거죠. 다만, 이 부분에 관한 경찰 판단이 어떠한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는 공개되지 않아서 경찰의 무혐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함부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Q. 하지만 임차인이 보증금을 못 받는건 정말 억울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임대인이 돈 없다면서 버티는 상황에서 보증금이든, 혹은 주택으로 따지면 전세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 임대인을 상대로 한 전세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하여도, 임대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면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민사 소송은 임대인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해서 돈을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대인의 재산이 없으면, 민사소송으로는 돈을 못 받는 거죠.

특히, 임대인이 재산을 빼돌려 놓았다면, 정말로, 정말로, 억울하지만, 돈을 못 받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대인을 전세 사기로 고소하게 됩니다. 임대인이 사기로 감옥갈 위기에 처하면, 임대인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오거나, 임대인의 가족·지인들이 돈을 마련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를 하자는 거죠. 결국 민사 소송으로는 돈을 못 받는데, 형사 고소를 하면 합의 과정에서 돈을 받게 되곤 합니다. 이러다 보니 돈 떼인 사람들이 사기로 고소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헬스트레이너 양치승이 체육관을 열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축물의 토지 등기부. 해당 부지는 1997년부터 서울 강남구청이 소유하고 있다. /유튜브


◇김 변호사 “계약시 등기부등본 꼭 떼어보세요”

Q. 네티즌 중에서는 양치승이 임차 계약 때 등기부등본을 안 떼어보고 직거래한 걸 탓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계약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전세금을 돌려받거나 사기로 고소하는 데에 장애물이 될까요?

A. 큰 장애물이 됩니다. 부동산의 소유권 등 권리 관계는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은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부동산의 권리 관계를 모든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은 거래 실무이자, 확립된 관행입니다.

따라서, 부동산 거래시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아서 부동산 권리관계에 관한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주장은 수사·재판 실무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지 않아서 몰랐다는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거지요.

양치승의 헬스장 건물이 누구 소유인지는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설령 임대인이 소유자라고 거짓말했고, “내가 등기부등본을 확인 안 해서 속았다”고 주장해도, 이 주장은 배척되기 쉽습니다.

큰 금액의 계약을 하면서도 ▲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계약서 내용 또는 계약의 기초가 되는 권리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누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분쟁의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계약은 분명하게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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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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