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28일 오후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SINTEX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왼쪽부터)임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사이언스가 '밸류업 및 중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한 이후 주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외부투자 유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투자금 조달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오너일가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임종윤 사내이사 형제와 대립하고 있는 신동국·송영숙·임주현 3자 연합이 이번 발표를 두고 "형제들의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향후 형제들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공시를 통해 2028년 매출 2조3267억원, 영업이익률 13.75% 달성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 예산은 8150억원으로 책정했다. 회사는 기업 인수·합병(M&A) 5680억원, 연구·개발(R&D) 2000억원, 제조시설 420억원, IT 인프라 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올해 반기 기준 한미사이언스 현금성 자산은 24억원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은 불법의 소지가 있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면 고려아연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외의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한 자금 조달 방식 중 하나로, 기존 주주들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시장에서의 주가 변동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들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사안으로 본다. 실제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한 경우 위법하다는 판례가 대부분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형제 편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돌연 모녀와 손잡으며 대주주 연합을 구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할 경우에도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주식을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방식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증을 기습 공시했는데, 유증 발표 직후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해 주식 가치를 떨어트렸다.
실제 한미사이언스 주가도 공시 이후 지속 하락 중이다. 이날 오전 10시 46분 기준 주가는 전일 대비 4.05% 빠진 3만7950억원을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경영권 분쟁 중이기 때문에 투자재원 조달 방안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일반공모를 하면 고려아연 사태처럼 소액주주에게 무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3자 연합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등의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재원 조달에 나서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3자 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전략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공시에 기입돼 있는 8150억원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며 "치열한 분쟁 중인 상황에서 '3자배정 유상증자'라도 하겠다는 것인지, 이러한 중대한 투자 건을 이사회도 패싱하고 외부에 먼저 발표할 수 있는 것인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것인지, 기업 유증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는 이 시점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킬 수 있는 유증 가능성을 공개하는 일이 과연 주주가치 제고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또 "이에 앞서 개인 채무로 연간 이자비용만 1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쓰고 있는 두 형제분들의 오버행 이슈 해소 방안은 무엇인지 보다 허심탄회하게 설명하실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며 "한미사이언스의 주식 가치를 억누르고 있는 핵심 요소는 회사의 미래전략 때문이 아니라 두 형제분의 '과도한 채무'란 점을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자 연합은 "결국 해당 보고서가 도출된 배경에는 형제 측의 과도한 부채를 탕감하려는 실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때문에 한미사이언스의 과한 비용 지출이 정당한 것이었는가에 대한 비판도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미 일가의 3회차 상속세 납부 기일은 이달 15일이다. 임종훈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겪는 송영숙·임주현 모녀는 각각 400억원과 190억원을 내야 하지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의 주식매매계약(SPA)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임 대표는 이미 과도한 채무 부담으로 인해 재원 마련이 불분명하다. 임 대표 및 직계가족 보유한 주식 대부분은 환매계약(에쿼티스퍼스트) 및 기존 주담대 계약 등 개인 대출 건으로 담보로 잡혀있다.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도 379억원 규모의 주담대 계약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형제 측의 환매계약 및 대여금을 포함하면 각각 약 2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3자 연합은 이번 전략 발표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진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공식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발표자료(한미그룹 중장기 성장전략)는 최근 한미사이언스가 30여억원의 비용을 들여 외부 컨설팅을 받은 보고서에서 발췌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한미그룹이 도출한 전략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이다.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도 계열사 대표와 몇 차례 인터뷰만 진행됐을 뿐, 작성되는 내용에 대해 한미그룹원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은 '깜깜이 보고서'라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러며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인물은 한미사이언스에 입사한 지 6개월도 채 안 된 계약직 임원이다. 한미약품그룹의 철학과 비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인사"라며 "한미약품 대표도 모르고, 전혀 상의 된 바 없는 중장기 전략에 30여억 원을 투자한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임종훈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실적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투명하게 원인을 밝히고, 회사의 정상적인 경영에 협조해야 한다. 임 대표가 5월 단독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한미사이언스의 실적은 급락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3자 연합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225억원, 영업이익 224억원, 순이익 1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4.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7.2%, -44.0% 감소했다.
3자 연합은 "수익성 악화는 헬스케어 사업 부진과 더불어, 한미약품의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용역비를 지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미래 가치를 고민하기보단 본인들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회사의 자산을 자신들의 사적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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