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베트남 여성 관광객이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기대 요가하는 모습
한 외국인이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기대 요가를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면서 궁궐 안팎 지켜야 할 규범에 궁금증이 쏠립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베트남인 관광객 H 씨가 경복궁 광화문 옆 돌담 앞에서 몸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를 입고 고난도 요가 동작을 취하는 모습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며 촉발됐습니다.
H 씨의 행위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비판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한국의 역사적 장소에서 레깅스를 입고 요가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며,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등 반응이었습니다.
이에 H 씨는 자기 행동이 규정 위반이 아니라며 "모두가 각자의 선호도가 있고 우리는 차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행위를 제지할 근거가 있을까? 당국은 "궁 밖의 행위는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오늘(7일) H 씨가 사진을 찍은 곳이 서울광장 맞은편 경복궁 외부 돌담길로, 경복궁 경내에 해당하지 않아 제지할 근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경복궁 경내에서 요가복 착용 후 요가 동작을 촬영했다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관람객의 관람에 방해가 되는 행위로 퇴장 조치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은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4대궁(경복궁·창덕궁·창경궁·덕수궁), 종묘관리소, 세종대왕유적관리소 및 조선왕릉지구관리소의 공개 및 관람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운동·놀이기구, 악기, 확성기를 소지하거나 음주, 복장, 무속행위, 방언, 풍기문란 및 기타 부적절한 행위로 다른 사람의 관람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입장 제한 및 관람 중지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당국은 다만 향후 궁 밖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 경우에 대한 대책을 고려한다는 입장입니다.
궁능유적본부는 "궁궐 이미지에 적합하지 않은 행위를 발견 시 계도 조치 하겠다"며 "담벼락에 단순 신체 접촉이 아닌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경우 발견 시 제재하고 필요시 경찰에 신고 조치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모니터링을 통해 H 씨와 같은 사례를 예방하기 위한 규정 마련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궁능유적본부는 "입장 제한 및 관람 중지 조항이 있으나 이번 건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며 "필요한 경우 관련 규정에 반영하겠다"고 했습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지난해 경복궁 담장을 낙서로 뒤덮어 사회적 공분을 산 10대 2명과 이를 사주한 30대 남성은 현재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화재에 대한 관람 예절과 관람객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일은 최근 국내외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의 한 신사에서 칠레 국가대표 출신 체조선수 마리마르 페레스가 현지 상징물을 철봉처럼 잡고 매달리는 영상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아 사과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달 미국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가 지인들과 함께 기괴한 화장에 이색적인 옷차림으로 중국 자금성을 방문했다가 보안 관계자에 의해 퇴장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습니다.
(사진=서경덕 교수 SNS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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