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조지아 등 핵심 승부처서 대부분 ‘우위’
경기 침체에 심판론 작용…4년 전보다 유색인 지지 증가
민주 강세 지역 ‘보수화’…위스콘신·미시간도 돌아서
미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초박빙 대결로 펼쳐졌던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 막상 개표가 시작되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심 경합주 7곳 대부분에서 우위를 놓치지 않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인 ‘블루월’(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을 2016년 대선 이후 8년 만에 다시 깨뜨리면서 대선 승리 교두보를 마련했다.
AP통신은 6일 오전 5시40분(한국시간 오후 7시40분)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인단 277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24명을 확보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 규모로 1·2위인 펜실베이니아(19명)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각 16명)에서 승리했다.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초반 승기를 잡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입성에 근접해진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 승리에서 멀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의 경우, 본투표 개표 때 공화당이 강세를 보이다가 우편투표를 포함한 사전투표 개표가 시작되면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0.2%포인트 차로 신승한 조지아를 다시 차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머지 블루월인 위스콘신(10명)에서는 개표 97% 진행 상황에서 50% 대 49%로 이겨 당선을 확정했고, 미시간(15명·94% 개표)에서도 50% 대 48%로 앞섰다. 공화 강세로 분류되는 애리조나(11명)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개표 54% 진행 상황에서 51% 대 48%로 우위에 올랐고, 네바다(6명) 역시 개표 84% 시점에 52% 대 47%로 앞섰다.
경합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미국 유권자들의 표심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게 된 데는 현 정부 ‘심판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미 남부 국경을 통한 무단 입국자 급증 문제는 대선 레이스 내내 최대 쟁점으로 꼽혔다. CNN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였고,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쳤다.
민주당은 임신중지를 포함한 재생산권리 보호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 표 결집을 꾀했다. 온건 공화당 지지 성향 여성들이 주변에 말하지 않고 조용하게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는 ‘히든 해리스’ 표심에 대한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 약 30%를 차지하는 백인 여성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지지를 보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ABC 출구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여성 유권자 54%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앞섰지만,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받았던 지지(57%)에 미치지 못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민주당 지지층 연합을 약화시켰다”며 청년층,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가 2020년보다 늘었다고 전했다. 전국 11만5000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AP보트캐스트 조사를 보면 30세 이하 청년 중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10명 중 5명으로,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10명 중 6명보다 줄었다. 흑인의 경우에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힌 이들이 2020년 10명 중 9명에서 8명으로, 히스패닉 유권자도 2020년 10명 중 6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또한 개표 결과 4년 전과 비교해 민주당 강세 지역들에서도 ‘보수화’ 흐름이 두드러졌다. 대표적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의 경우 2020년 바이든·트럼프 득표율 차이가 16%포인트였으나 이번에는 4%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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