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최고의 친구예요."
"아닙니다, 데이지 부인…"
"정말 당신은…당신이야말로…"
인종 차별이 심했던 1950년대 남부에서 꼬장꼬장한 유대인 할머니가 흑인 운전사를 고용합니다. 피부 빛과 신분을 초월해 20년 우정을 나눕니다. 가장 기괴한 고용주-운전사 관계는 명화 '센셋 대로'에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첫 남편입니다. 굴욕적일지 모르지만 내가 시중을 들겠다고 자청했지요."
은둔하는 배우 노마의 운전사는 몰락한 무성영화 거장입니다. 옛 아내가 젊은 사내를 불러들이는 걸 지켜봅니다.
미국에서 리무진을 모는 고용 운전사 쇼퍼(Chaffeur)가 되려면 따로 면허를 따야 합니다. 영국에는 쇼퍼 스쿨도 있습니다.
고개를 뒷좌석으로 돌리지 않도록 훈련 받습니다. 불러도 백미러로 봅니다.
그래도 고용주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꿰기 마련입니다. 일상의 구린 부분도 공유합니다.
삼성과 SK가 임원 차량에서 블랙박스를 떼버렸다고 합니다. 동선과 통화, 대화가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전담 기사를 마다하고 대리 기사를 부르기도 한답니다.
'명태균 녹취' 출처 한 곳이 운전기사로 알려지면서 정치권도 녹음 공포증에 빠졌습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녹취 투쟁 시대' 입니다.
민주당 돈 봉투 사건도 전화 녹음에서 출발했습니다. '형수 욕설 녹취'는 이재명 대표의 됨됨이를 드러냈지요.
압권은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사랑입니다. 유튜브 매체와 여섯 달 사이 사흘에 한 번꼴로 쉰 세 차례, 일곱 시간 45분을 통화했습니다.
매체 대표 얘기도 걸작입니다.
"우리 기자가 신분을 밝혀 기겁하고 끊을 줄 알았는데 대단하다."
총선 직후엔 진중권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57분을 통화했답니다. 전화기가 뜨거워서 견뎌낼까 싶습니다.
급기야 언행이 천박하기 그지없는 선거 브로커에게 부부 함께 걸려들었습니다. 굶주린 하이에나에게 실컷 고기를 던져준 격입니다.
그 업보로, 내일 대통령이 국민 앞에 섭니다. "박절하지 못했다"고 감쌌던 아내를 박절하게 대해야 할 마지막 기회입니다.
11월 6일 앵커칼럼 오늘 '휴대전화 애착의 업보'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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